미국이냐 중국이냐…패권 둘러싼 도전과 응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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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패권국으로 떠오르려면 이전 패권국을 넘어서야 한다.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대립은 한쪽이 확실히 무릎을 꿇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 수천 년간 이어진 인류 전쟁사의 이치였다.
2천500여 년 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이런 패권을 둘러싼 쟁투 이야기다.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와 떠오르는 강자 아테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주요 내용이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패권을 둘러싼 '도전과 응전'의 이야기는 대상을 바꿔가며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세기의 주인공은 기존 패자 미국과 도전자 중국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소재로 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그중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가 함께 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부키)는 10년 안에 미중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책의 원제는 '데인저 존'(Danger Zone). 미중 경쟁이 위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저자들의 논리는 흥미롭다.
전쟁의 원인을 중국의 부상 때문이 아니라 쇠락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다.
책에 따르면 강대국 간 무력 충돌은 도전자의 위세가 정점을 지나 쇠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발생한다.
이 시기에 도전자가 흔히 제국주의적 팽창의 유혹을 느끼고 무모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그랬다.
독일은 영국·프랑스·러시아의 경제적·군사적 포위가 조여올 때 전쟁이라는 자충수를 뒀다.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적들에게 포위당하지 않도록 독일의 세계적 야심을 억제했지만, 그의 후배들은 눈치를 보지 않았다.
이는 자존심 강한 영국·프랑스·러시아가 손을 잡는 계기가 됐다.
식민지를 많이 보유한 전통의 강호 영국과 프랑스, 매년 10%씩 경제 성장하던 러시아의 압박은 독일에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노동자 파업, 사회주의의 대두 등으로 국내가 시끄러웠다.
독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전쟁을 선택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904년부터 1919년까지 일본 경제는 연간 6.1%씩 성장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액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사이에 세 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1920년대 연간 성장률은 1.8%로 하락했다.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자 1년간 수출액은 직전 해에 견줘 절반으로 떨어졌고, 26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의 영향력이 확산했다.
대부분의 자원을 해외 생산에 의존했던 일본은 자원 확보를 위해 중국, 동남아시아국가들과 잇달아 전쟁을 일으켰다.
이 지역에 식민지나 이권을 가진 소련·영국·미국 등 여러 나라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경제 규모만 자신의 12배에 이르는 미국을 공격했다.
"일본이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현상을 타파하려는 꿈이 산산이 부서질 지경에 이른 나라의 절박함 때문"이었다.
과거 독일과 일본처럼 중국도 폭발 직전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과 동맹국의 무역 제재가 강화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적으로도 인구 위기가 심각하다.
책에 따르면 2035년까지 중국 경제활동인구는 7천만 명이 줄고, 노령인구는 1억3천 명이 늘어난다.
이는 프랑스 인구 규모만큼 근로 납세자가 줄고, 일본 인구만큼 노령연금 생활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권력승계를 둘러싼 잡음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2033년 무렵이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시진핑이 80세를 넘긴다.
저자는 "급속한 성장이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침체는 성급한 팽창과 적대적 행동에 나설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며 "이것이 장기간의 상승에 뒤이은 급격한 하락이 국제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양상의 사태가 전개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반면 중국과 미국의 화해 가능성을 점치는 예상도 있다.
최윤식 아시아 미래인재연구소장은 신간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 경제 시나리오'(김영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촉발된 러시아의 부상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강국 미국이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두 나라가 손잡고 몸집을 키우면 힘의 균형추는 중·러 동맹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두 나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중국을 선택하는 게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일단 중국이 러시아보다 동맹국 숫자가 더 많다.
따라서 중국과 손잡으면 친중국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국제 소비시장 규모도 중국이 러시아를 압도한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략과 진출을 막는다면 그 시장은 고스란히 유럽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을 넘겨주면 화교가 장악한 동남아시아 시장의 석권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미국 국채의 만기 연장과 새로운 국채를 사줄 나라도 필요하다.
현재 중국은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다.
공생의 지렛대는 대만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미국이 인정해 주면 된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통일을 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다시 유지하기만 하면 차이메리카(미국·중국 의존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미국 정부가 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월가와 중국공산당이 '차이메리카 어게인'(Chimerica again)을 만들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밀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 김종수 옮김. 416쪽.
▲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 444쪽.
/연합뉴스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대립은 한쪽이 확실히 무릎을 꿇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 수천 년간 이어진 인류 전쟁사의 이치였다.
2천500여 년 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이런 패권을 둘러싼 쟁투 이야기다.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와 떠오르는 강자 아테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주요 내용이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패권을 둘러싼 '도전과 응전'의 이야기는 대상을 바꿔가며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세기의 주인공은 기존 패자 미국과 도전자 중국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소재로 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그중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가 함께 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부키)는 10년 안에 미중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책의 원제는 '데인저 존'(Danger Zone). 미중 경쟁이 위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저자들의 논리는 흥미롭다.
전쟁의 원인을 중국의 부상 때문이 아니라 쇠락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다.
책에 따르면 강대국 간 무력 충돌은 도전자의 위세가 정점을 지나 쇠락기에 접어들었을 때 발생한다.
이 시기에 도전자가 흔히 제국주의적 팽창의 유혹을 느끼고 무모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그랬다.
독일은 영국·프랑스·러시아의 경제적·군사적 포위가 조여올 때 전쟁이라는 자충수를 뒀다.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적들에게 포위당하지 않도록 독일의 세계적 야심을 억제했지만, 그의 후배들은 눈치를 보지 않았다.
이는 자존심 강한 영국·프랑스·러시아가 손을 잡는 계기가 됐다.
식민지를 많이 보유한 전통의 강호 영국과 프랑스, 매년 10%씩 경제 성장하던 러시아의 압박은 독일에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노동자 파업, 사회주의의 대두 등으로 국내가 시끄러웠다.
독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쉽게 전쟁을 선택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904년부터 1919년까지 일본 경제는 연간 6.1%씩 성장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액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사이에 세 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1920년대 연간 성장률은 1.8%로 하락했다.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자 1년간 수출액은 직전 해에 견줘 절반으로 떨어졌고, 26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의 영향력이 확산했다.
대부분의 자원을 해외 생산에 의존했던 일본은 자원 확보를 위해 중국, 동남아시아국가들과 잇달아 전쟁을 일으켰다.
이 지역에 식민지나 이권을 가진 소련·영국·미국 등 여러 나라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경제 규모만 자신의 12배에 이르는 미국을 공격했다.
"일본이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현상을 타파하려는 꿈이 산산이 부서질 지경에 이른 나라의 절박함 때문"이었다.
과거 독일과 일본처럼 중국도 폭발 직전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과 동맹국의 무역 제재가 강화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적으로도 인구 위기가 심각하다.
책에 따르면 2035년까지 중국 경제활동인구는 7천만 명이 줄고, 노령인구는 1억3천 명이 늘어난다.
이는 프랑스 인구 규모만큼 근로 납세자가 줄고, 일본 인구만큼 노령연금 생활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권력승계를 둘러싼 잡음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2033년 무렵이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시진핑이 80세를 넘긴다.
저자는 "급속한 성장이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침체는 성급한 팽창과 적대적 행동에 나설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며 "이것이 장기간의 상승에 뒤이은 급격한 하락이 국제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양상의 사태가 전개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반면 중국과 미국의 화해 가능성을 점치는 예상도 있다.
최윤식 아시아 미래인재연구소장은 신간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 경제 시나리오'(김영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촉발된 러시아의 부상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강국 미국이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두 나라가 손잡고 몸집을 키우면 힘의 균형추는 중·러 동맹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두 나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중국을 선택하는 게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일단 중국이 러시아보다 동맹국 숫자가 더 많다.
따라서 중국과 손잡으면 친중국 국가들과 경제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국제 소비시장 규모도 중국이 러시아를 압도한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공략과 진출을 막는다면 그 시장은 고스란히 유럽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을 넘겨주면 화교가 장악한 동남아시아 시장의 석권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미국 국채의 만기 연장과 새로운 국채를 사줄 나라도 필요하다.
현재 중국은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다.
공생의 지렛대는 대만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미국이 인정해 주면 된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통일을 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다시 유지하기만 하면 차이메리카(미국·중국 의존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미국 정부가 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월가와 중국공산당이 '차이메리카 어게인'(Chimerica again)을 만들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밀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 김종수 옮김. 416쪽.
▲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 44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