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 중동순방…"모든 게 탁자 위에 있다"
이-팔 긴장 고조 속 유대인 정착촌 등 논의 전망
美, 이란핵 저지에 '군사옵션 배제 안한다' 시사
미국은 29일(현지시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집트에 도착해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군사 행동을 포함한 선택지와 관련한 질문에 "모든 것이 탁자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외교적 경로를 더 선호한다면서도, 앞서 이란이 국제 핵 합의에 복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사실상 끝났다고 언급한 이후 나온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중동 순방에 나서 30일과 31일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시 수도인 라말라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특히 유대인 정착촌 문제가 블링컨 장관과 양측 고위급 간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이달 26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해 10명을 사살했고, 팔레스타인 측이 보복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특히 이에 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는 서안 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먹구름을 드리운 상태다.

블링컨 장관은 각각 네타냐후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앞서 서방과 이란이 2015년 타결한 핵합의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일방적 탈퇴로 깨졌다가 지난해 복원 협상이 이어졌으나 막판 교착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란 당국이 이른바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서방이 일제히 제재에 나선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핵합의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

다만 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공식적인 '사망 선고'를 내리지는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음달 이란 방문을 앞두고 이란이 핵무기 여러 발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우라늄을 축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달 25일 유럽 의회에서 "이란의 핵 개발 억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란은 농도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 70㎏을, 20% 농축 우라늄 1천㎏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