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윔블던에 이어 최근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제패
1년 전 쫓겨났던 호주서 부활한 조코비치 "생애 최고의 우승"
"제 생애 최고의 우승입니다.

"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랭킹 5위 조코비치는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그리스)를 3-0(6-3 7-6<7-4> 7-6<7-5>)으로 물리쳤다.

2021년 이후 2년 만에 이 대회 패권을 탈환한 조코비치는 우승 확정 후 플레이어 박스로 올라가 가족, 스태프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더니 그대로 바닥에 누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에서만 10번 우승해 덤덤할 수도 있었겠지만, 특히 올해 우승은 조코비치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제2의 고향'처럼 여긴 호주에서 지난해 사실상 추방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었다.

지난해 1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숙소로 가지 못하고, 격리 시설로 보내졌다.

그는 호주 연방 정부와 두 차례나 법정 소송을 벌였지만 끝내 호주오픈에 나오지 못하고, 대회 개막을 앞두고 세르비아로 돌아가야 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호주오픈 3연패를 달성한 '호주오픈의 사나이'가 호주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자 일부에서는 호주와 세르비아의 외교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1년 전 쫓겨났던 호주서 부활한 조코비치 "생애 최고의 우승"
특히 한 번 호주 입국이 거부된 사람은 앞으로 3년간 호주 입국이 금지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올해 36세인 조코비치가 앞으로는 호주오픈에 아예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호주의 코로나19 관련 출입국 제한이 이후 완화됐고, 결국 조코비치는 지난해 말에 올해 호주오픈에 나올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호주에서 조코비치는 이달 초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1차 대회에서 우승했고, 호주오픈까지 제패하며 다시 한번 호주에서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시련의 시간도 있었다.

애들레이드 대회를 뛰며 왼쪽 다리 윗부분 근육에 문제가 생긴 그는 붕대를 감고 호주오픈에 나섰지만, 일부에서 '가짜 부상' 논란을 제기했다.

여기에 그의 아버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1년 전 쫓겨났던 호주서 부활한 조코비치 "생애 최고의 우승"
그러나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세트만 상대에게 내주며 완벽한 우승을 일궈낸 조코비치는 시상식에서 "사실 이번 대회는 내 생애 가장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작년에 뛰지 못하고 올해 돌아왔는데 환영해주고, 반겨준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우승이 내 생애 가장 큰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 팀 스태프들과 가족들만이 최근 4∼5주간 우리가 겪은 긴 여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쉽지 않았던 우승까지 과정을 돌아봤다.

지난해 US오픈에도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최근 출전한 메이저 2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36세에도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이날 결승 상대였던 치치파스도 조코비치를 향해 "당신이 이룬 업적으로 인해 테니스라는 종목이 발전했고, 많은 선수가 좋은 영향을 받았다"며 "그런 당신을 존경하고, 나도 당신으로 인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시상식에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인 22회를 뜻하는 '22'가 새겨진 상의를 입었고, 플레이어 박스의 가족과 스태프들은 호주오픈 10회 우승을 의미하는 숫자 '10'이 적힌 옷을 입고 역사적인 이날 우승을 자축했다.

이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함께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22회) 공동 1위, 호주오픈 남자 단식 최다 우승(10회) 기록을 세웠고, 30일 발표되는 남자 단식 세계 랭킹에서 7개월 만에 1위로 복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