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등산객들이 눈꽃으로 뒤덮인 강원 태백산국립공원 탐방로를 오르고 있다. 1월 마지막 휴일 전국의 축제장과 국립공원, 스키장 등은 겨울 낭만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붐볐다. 30일엔 전국이 맑겠으며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3~0도, 낮 최고 기온은 1~7도로 예보됐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겠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지만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겨울다운 정취를 한껏 느끼고 싶다면 눈꽃산행을 떠나볼 것을 권한다. 폭신폭신하게 소복이 쌓인 눈길을 밟으며 상고대 터널을 지나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진다.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여행지로는 전북 무주의 덕유산이 먼저 꼽힌다. 남쪽 지방에 있지만 적설량이 많은 편이라 상고대 핀 설경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가 있어 등산 초보자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덕유산리조트에서 케이블카를 10여 분간 타고 내린 뒤 30여 분만 걸으면 정상인 향적봉에 도착한다.강원도 태백산도 비교적 코스가 짧고 쉬워 초보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다. 흔히 찾는 코스인 장군봉까지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상 부근에 도착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주목 군락지를 마주하는데, 한겨울이면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 군락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등산 홀릭’을 자처한다면 지리산 천왕봉 설산 등반에 도전해보자. 지리산 종주 코스로 유명한 장터목을 거쳐 오르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 정상에선 굽이치는 능선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은 비경을 연출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의 좀 더 낮은 봉우리인 깃대봉, 촛대봉에서도 멋진 설경을 연출하지만 천왕봉에서 보는 설경이 단연 으뜸이다. 해발고도 1915m인 천왕봉에서 일출까지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등반하면 금상첨화다.등산 고수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해발고도 1950m의 한라산 백록담을 가보자. 백록담에서 바라보는 설경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백록담에 오르는 코스는 성판악과 관음사 두 개 코스가 있다. 관음사 코스가 경치는 빼어나지만, 완만한 산길의 성판악 코스가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등산 초보도 한라산에 오를 수 있다. 왕복 3시간 정도인 영실 코스를 가면 된다. 등반 시작 1시간 내에 겨울왕국 같은 낭만을 즐길 수 있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을 맞아 이달 15일부터 한 달간 강원도 내 국립공원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된다. 8일 설악산과 오대산, 치악산 등 도내 4개 국립공원은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인 11월 15일~12월 15일 동안 고지대 탐방로 출입을 금지할 계획이다.설악산 통제구간은 마등령∼한계령을 비롯해 황장폭포∼대승폭포, 비선대∼희운각대피소, 금강굴∼영시암, 백담사∼대청봉 등 15개 구간이다.치악산은 황골삼거리∼곧은재·향로봉∼영원산성삼거리와 국형사∼보문사∼향로봉삼거리, 곧은재지킴터∼곧은재 등 3개 구간, 오대산은 적멸보궁∼두로령과 동대산∼두로령, 금강사∼노인봉∼동피골, 동피골∼상원사∼명개리 등 7개 구간을 통제한다.태백산은 금천∼소문수봉, 금천갈림길∼소문수봉, 검릉소주차장∼쑤아밭령 등 18개 구간 출입이 통제된다.통제된 탐방로를 제외한 저지대 탐방로는 산불 발생 위험이 적으므로 이용객들이 평상시처럼 보행할 수 있다.각 국립공원 탐방로의 통제·개방 현황은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국립공원에서 통제된 탐방로를 허가 없이 출입하면 50만원 이하 과태료가, 아울러 공원 내에서 인화물질을 소지하거나 흡연한 행위에 대해서도 적발 시 3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모든 갈등의 근본 원인은 ‘내가 있다’는 착각에서 나오는 집착 때문입니다. ‘나’는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집착하기에 이기심이 나오는 겁니다. 내가 있고, 내가 살아야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고 너는 틀렸다, 이런 생각을 일으키니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입니다.”경북 봉화 금봉암에 주석(駐錫)하고 있는 조계종 원로 고우 스님(83)은 이렇게 설파한다. 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나’의 실체는 없다는 것일까. “나는 산소에 의지하고, 산소는 나무와 숲에 의지하며, 나무와 숲은 지수화풍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나는 자연과 우주 삼라만상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고우 스님은 그래서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히 행복하려면 ‘내가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연기(緣起)의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기란 모든 존재, 우주 만물이 서로 의지하여 있다는 것. 외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 바로 ‘나’의 실체다. 그러니 고정불변한 나, 독립된 실체로서의 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은 조계종의 대표적 선승인 고우 스님의 법문집이다.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20년 가까이 불교 교리와 간화선 수행에 대해 배워온 박희승 불교인재원 교수가 그간의 법문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했다. 연로한 데다 최근 들어 기억력이 점점 떨어져 더 이상 대중이 법을 들을 기회가 없어진 것을 안타까워한 박 교수가 보은의 심정으로 법문을 정리했다고 한다.고우 스님은 부처가 누구인지, 어떻게 수행하고 깨달았는지, 그 깨달음의 내용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불교 교리, 선불교의 등장과 간화선의 전개, 역대 조사(祖師)의 가르침과 참선하는 방법,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화두참선의 효능에 이르기까지 쉬운 언어로 곡진하게 설명한다. 교리-간화선-깨달음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설명이 명쾌하다.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중도(中道)와 연기다. 중도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립하는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고우 스님은 중도와 연기를 알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된다며 양극단에 치우친 모든 것을 반대한다. 예컨대 참선을 하더라도 깨닫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부처와 중생이라는 양극단의 사고다. 깨닫지 못하더라도 수행한 만큼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간화선은 옳고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위빠사나는 그르다거나, 화두참선만이 최고라는 생각도 집착이다.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사용자, 남녀, 남북, 여야, 갑을 등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지하는 관계임을 안다면 갈등과 다툼의 이유가 없다는 말씀이다. 중도를 행하면 도를 닦으면서 장사도 잘할 수 있다며 실례를 들려준다. 식당을 하는 보살님(여성 신도)한테 “손님을 돈으로 보지 말고 은인으로 보라”고 했더니 한 달 후에 와서 “장사가 대박이 났다”고 하더란다. 고우 스님은 “스트레스나 짜증, 화도 모두 ‘나-너’라는 양변에 집착해서 일어난다”며 “중도연기로 자신과 세상을 본다면 나뿐만 아니라 남도 잘 이해하게 돼 소통과 공감능력이 높아져 인간관계가 개선된다”고 강조한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