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시진핑, 왕후닝에 새 대만정책 수립 지시"
중국 공산당 서열 4위 왕후닝, 3월 정협 주석에 오를듯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왕후닝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새로운 대만 정책 수립을 지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의 영자지 타이완뉴스는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분석 기사를 인용해 시 주석이 왕후닝에게 새로운 대만 통일정책을 수립하도록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새 대만 정책 내놓나…"책사 왕후닝에 지시"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닛케이는 최근 중국 공산당 내 소식통의 전언을 토대로 "시 주석이 왕후닝에게 대만통일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시 주석이 앞으로 몇 달 이내에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수십 년 동안 대만에 대한 정책으로 유지해온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폐기하려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 분석 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공산당의 대(對)홍콩 정책과 이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응은 일국양제를 대만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자 이듬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 1997년부터 홍콩에 적용되던 일국양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중국은 1997년 7월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반환받으면서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일국양제'의 원칙을 천명했지만,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일국양제는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공모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그동안 대만에 대해서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일국양제 체제를 적용한 뒤 흡수통합하는 전략에 의존했지만, 홍콩의 일국양제가 무력화되면서 대만에 대한 통일 전략에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닛케이 분석 기사의 요지다.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하면 곧바로 대만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22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같은 달 23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통해 세 번째 집권과 함께 1인 장기집권 체제를 열었다.

시 주석은 1중전회에서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대규모 시위와 코로나 사태 악화로 대만 문제에 집중하려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2023년 새해부터 대만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올렸으며, 이것이 시 주석이 왕후닝에게 새로운 대만 정책 수립을 지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게 닛케이 분석 기사의 주장이다.

대만 연합신문망(UDN)에 따르면 중국 샤먼(厦門)대 대만연구원의 천셴차이(陳先才) 주임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새해 대만을 통일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권 3기의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일국양제를 대체할 새로운 대만 정책을 바탕으로 대만에 대한 통일전선 압박을 나설 것이며, 새로운 대만 정책 수립 임무를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가운데 최고의 이론가로 꼽히는 왕후닝에게 맡겼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시진핑의 책사'로도 불리는 왕후닝은 시 주석 집권 2기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서열 5위)를 거쳐 집권 3기에는 서열 4위로 상무위원을 연임하게 됐다.

왕후닝은 오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공산당 일당 영도 체제의 중국에서 정협은 타 정당 및 단체와의 협력을 관장한다.

왕후닝은 왕양 현 정협 주석과 마찬가지로 대만 업무를 전담할 것이 확실하다.

불어를 전공한 국제관계 전문가인 왕후닝은 30세에 상하이 푸단대에서 최연소 부교수 자리에 올랐으며, 1988년에는 미국에서 6개월간 연수하면서 미국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

왕후닝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의 정치 이론, 정책 및 문서 작성을 담당하는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15년간 맡은 뒤 2017년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그는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오른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 사상'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과학발전관'의 이론체계를 잡았다.

또한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만들고 미국의 견제에 맞서 '자강론'에 입각한 부국강병을 외치는 시 주석의 공약 역시 모두 왕후닝이 제시한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