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채 금리매력 빠르게 소멸…투자자, 비우량채에도 관심↑
비우량 회사채도 수요 확산 기대…투자자들 옥석가리기 분주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한동안 소외됐던 비우량 회사채에도 온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발행기업에 따라 선별적으로 강세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인상했던 지난 13일 이후 20일까지 6거래일 연속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으로 국고채 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내려가자 크레디트 채권 투자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더욱이 연초 자금 집행과 지난 몇 달간 이연됐던 투자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연초 수요가 몰리면서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는 이미 발행금리 기준으로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발 자금시장 경색 이전인 작년 9월 말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어 가격 부담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아직 발행금리가 높은 비우량 회사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나 공사채의 금리는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평가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며 "AA급의 금리 매력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어 A등급 이하 채권의 강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 회복에 대한 당국의 정책 의지나 업계의 자구적 노력이 확인된 점도 투자 여건을 개선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에서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안정세가 확산할 수 있도록 비우량물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이나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을 통해 비우량채 매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김기명 연구원은 "다올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에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 1분기 내 2천억원 이상의 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등 업계 스스로 자구 노력을 통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 점도 비우량채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했다"고 봤다.

다만 투자자들은 아직 비우량 회사채에 전폭적으로 지갑을 열기보다 깐깐하게 옥석을 가리는 중이다.

가령 최근 신세계푸드(A+)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액(500억원)의 4배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고,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에프앤아이(A)도 발행액(800억원)의 8배가량의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효성화학(A)은 총 1천2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 기관들이 전혀 응찰하지 않아 전량 미매각의 고배를 마셨다.

대기업 계열이지만 베트남 화학공장 신설 관련 대규모 투자에 따른 높은 재무 부담과 수익성 저하 우려로 신용평가사들은 이 회사에 향후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음을 뜻하는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한 상태다.

정혜진 연구원은 "아직 A급 이하 건설사나 비은행 금융권의 연쇄 부실 가능성, 경기침체, 기업실적 저하 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하위등급으로 완전히 파급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