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블라디보스토크시 "연방·지방 문화유산에 등록 안 돼"
불명확한 소유 주체 관리 부실로 이어져…총영사관 해법 마련 중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전개된 항일 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신한촌 기념탑'이 20년 넘게 현지 당국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시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20일 블라디보스토크시는 신한촌 기념탑이 법적으로 정식 등록된 시설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부시장 명의 공문에서 시는 "연해주 문화유산 보존 감독국에 따르면 신한촌 기념탑은 연방·지방 문화유산 등기부에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며 "기념탑은 블라디보스토크시 자산 등기부에도 등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는 또 기념탑이 들어선 터 역시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시유지가 아닌 국유지라고 했다.

연해주 지역에 있는 대표 항일 유적인 신한촌 기념탑은 1999년 사단법인 해외한민족연구소가 후원금 3억여 원을 들여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카야 거리에 마련한 것이다.

기념탑 관리는 시설 건립 초기과정부터 도움을 줬던 블라디보스토크 한 고려인단체 회장이 임의로 맡아왔다.

2019년 그가 별세한 뒤로는 부인이 관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불명확한 소유 주체 문제로 기념탑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현지 교민 등 사이에서 계속해서 제기됐다.

게다가 국내 한 단체는 2016년 신한촌 기념탑 정비에 나섰다가 불투명한 시설 소유·관리 문제로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기념탑 주변으로는 철제펜스가 설치돼 관리인이 자물쇠를 채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광복절을 앞두고 이곳을 찾은 한국 단체들이 헌화도 못 하고 발길을 돌린 적도 있다.

총영사관은 기념탑 부실 관리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블라디보스토크시와 논의를 벌여왔다.

특히 부실 관리를 야기하는 불명확한 기념탑 소유 주체 문제가 애초부터 이 시설을 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까닭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3일 질의 공문도 보냈다.

총영사관은 기념탑이 미등록 시설로 확인된 만큼 건립 단체 등과 협의해 이번 기회에 이 시설을 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또 법적 보완 절차를 마무리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시가 기념탑 관리에 직접 나서는 것 등을 포함한 다양한 관리 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외무부 대표사무소에도 도움을 구할 계획이다.

기념탑을 임시로 관리하는 현지 고려인도 이날 총영사관에 "블라디보스토크시가 시설 관리를 맡아주길 원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국총영사관 고문희 부총영사는 "기념탑을 현지 당국에 등록해 소유 주체가 명확해지면 시설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또 향후 국내 단체들이 소유 주체와 협의해 시설 개선에 나설 수 있는 길도 열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념탑은 러시아 극동 지역과 한국 간 역사적 유대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시설인 만큼 소유·관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