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 만의 비행'…배철수·구창모 의기투합
'록 전설' 송골매, 마지막 하이파이브…"관객 최고령 록 공연"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 내 가슴만 두근두근 / 바보 바보 나는 바보인가봐∼.'
웅장한 키보드와 기타 소리를 뒤로 하고 황금빛 송골매 조형물 위에 배철수와 구창모가 나타났다.

검은 재킷을 입은 배철수와 흰 재킷을 입은 구창모는 마주 보고 걸어 나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약 40년 만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남녀노소에게 익숙한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울려 퍼지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여느 아이돌 팬덤 못지않게 '우윳빛깔 구창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흔드는 관객도 있었다.

바로 21일 오후 전파를 탄 KBS 2TV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 만의 비행'에서다.

이날 방송은 지난달 10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공연을 녹화해 내보낸 것이다.

배철수는 이번 투어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음악계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언한 터다.

이에 이 방송은 송골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배철수·구창모 '투 톱' 체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송골매는 1979년 록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3년 뒤인 1982년 홍익대 록 밴드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빗물', '모여라',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인기를 누렸다.

1982년 발표된 2집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하는 등 히트를 했다.

송골매는 그러나 1990년 9집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리더 배철수는 같은 해 진행을 맡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국민 DJ로 사랑받았다.

'록 전설' 송골매, 마지막 하이파이브…"관객 최고령 록 공연"
그러던 송골매가 9집 기준 32년, 1984년 구창모가 팀을 탈퇴한 지 38년 만인 지난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이들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고양 등 전국 각지의 관객을 열광시켰다.

약 40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어도 구창모의 매끄러운 보컬은 녹슬지 않았고, 중간중간 '후!'하고 추임새를 넣는 배철수의 박자 감각은 여전했다.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시작으로 쉴 틈을 주지 않고 '모여라',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아가에게' 같은 익숙한 노래를 줄줄이 쏟아냈다.

구창모는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띠고 여유가 넘치는 제스처로 마에스트로처럼 노래를 이끌어 나갔고, 배철수는 직접 기타를 메고 '까랑까랑'한 보컬을 과시했다.

올해 배철수는 70세, 구창모는 69세로 고희(古稀)를 맞았거나 목전에 둔 나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20대 '청춘 아이콘' 시절 못지않은 열정을 뿜어냈다.

관객들은 송골매의 전성기를 공유한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면서도 이들의 음악에 공감하는 20·30대도 적지 않았다.

배철수는 "록밴드 콘서트 사상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공연이 아닐까 한다"며 "여러분 멋지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구창모는 이날 송골매 노래 말고도 1978년 TBC 해변가요제 수상곡인 블랙테트라의 '구름과 나', 1985년 발표한 솔로 데뷔 음반 수록곡으로 당시 크게 히트한 '문을 열어'·'희나리' 등을 들려줘 관객을 1970∼80년대 추억 속으로 안내했다.

'록 전설' 송골매, 마지막 하이파이브…"관객 최고령 록 공연"
배철수는 구창모가 팀 탈퇴 이후 솔로로 큰 성공을 거둔 시절을 가리키며 "구창모가 '희나리'로 1위를 했는데 KBS가 내게 인터뷰 요청을 해 왔다"며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얼굴로 '구창모가 1위에 올라서 기쁘고 여전히 송골매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한국 음악 방송 사상 최악의 사고 가운데 하나로 회자하는 1983년 감전 사고를 이야기하며 "당시에는 구급차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악기를 싣고 온 용달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갔다"고도 회상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까마득한 후배 가수인 엑소의 수호와 장기하, 배우 이선균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선균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송골매의 '아득히 먼 곳'을 불러 화제를 모은 인연이 있다.

송골매는 공연에서 '하늘나라 우리님'과 '탈춤' 같은 곡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 가사로 이뤄진 한국적 록을 한 상 가득 차려냈다.

'록의 전설' 송골매는 이렇게 시청자와 함께 약 2시간이 넘는 화려한 '마지막 비행'을 마쳤다.

이들을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관객에게나 시청자에게나 무척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히트곡 '세상만사' 가사를 곱씹어보면 앞날은 그 나름대로 흘러가도록 쉬이 두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