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탐탐] ① 이천 임금님쌀 토종화 성공신화 '알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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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품종 '아키바레' 4년만에 대체…병충해와 재해에 강해
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 "탄력 좋고, 찰기 강해 우리 입맛에 맞아"
[※ 편집자 주 = 각종 콘텐츠 플랫폼에서 '먹방', '맛집'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요식업계는 자영업 태동기, 프랜차이즈 시대, 노포·맛집 유행기를 지나 이제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지는 '식재료 시대'에 왔습니다.
연합뉴스는 농도(農道) 전북에 자리한 농촌진흥청과 함께 국내 우수 식재료(농축산물)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생산물, 생산자, 연구자의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또 현업에 있는 셰프와 식음업계 전문가들의 솔직한 식재료 리뷰를 담아내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계획입니다.
코너 제목은 '좋은 식재료를 탐구하고 연구한다'는 의미로 호식탐탐으로 지었습니다.
] '반찬이 필요 없는 잘 지어진 흰 쌀밥. 식어도 맛있는 밥이 거기, 그 친구의 도시락에 담겨 있었다.
친구 부모님이 벼농사를 짓고 계셨다.
통일벼니 정부미니 하는 말 외에 벼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던 나에게 김포평야의 대표 벼품종인 추청(秋睛)이 그렇게 왔다.
당시에 우리는 그 쌀을 '아키바레'라고 불렀다.
' - 고은정 음식문화운동가 <밥을 짓다 사람을 만나다 中>
지리산 제철음식학교를 운영하는 음식문화운동가 고은정 대표가 기억하는 경기 지역 흰 쌀밥에 대한 추억 한 토막으로 호식탐탐의 문을 열까 한다.
이번 기획의 첫 소재를 정하려고 농촌진흥청 담당자들과 몇 주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그럴싸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제철을 맞은 겨울 딸기를 할까, 인기가 많은 한우를 할까, 요새 핫한 전통주를 할까.
결론이 나지 않던 차에 식재료를 소개하는 코너 본연의 취지에 맞게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밥은 쌀로 짓는다.
그렇게 호식탐탐의 첫 소재는 쌀이 됐다.
문제는 어느 지역의 어느 쌀을 소개하느냐로 옮겨 갔다.
고심 끝에 한반도 최고의 쌀이란 지위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이천 임금님쌀'을 소개하기로 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던 이천의 쌀은 어떤 품종일까.
고은정 선생의 회고에서 알 수 있듯 경기 지역의 쌀은 아키바레라 불리는 일본 품종과 또 다른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였다.
전북대 김태호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의 논문인 '통일벼의 기억과 임금님 쌀의 역사 만들기'(2008년. 한국연구재단 지원)에 따르면 경기 지역 특히 이천의 농민들은 서슬 퍼런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정권 치하에서도 쌀 자급 달성을 위해 자포니카 계열과 인디카 계열 품종을 교배해 생산량을 극대화한 통일벼 대신 아키바레를 고집했다.
이천의 농민들이 통일벼를 거부한 것은 동남아 지역 품종이 섞인 통일벼가 냉해에 약한 탓에 소출이 호남평야 등 남부 지역에 비하지 못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수라상에 진상하던 밥맛 좋은 쌀에 대한 자부심도 한몫했다.
이 대목에서 다소 충격적인 것은 이천 임금님쌀이 일본 품종인 아키바레라는 점이다.
일본 품종인 자포니카 계열 벼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일본 강점기였다.
근대 유전학을 통해 인공교배된 일본 품종 벼는 한반도의 재래종 벼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도 많았다.
무엇보다 군량미로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쌀이 필요했을 터였다.
일본 강점기 이후 한반도의 논을 점령한 일본 품종은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자리를 잡았고, 1970년대 들어온 아키바레는 좋은 품질과 식어도 맛이 좋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밥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임금님쌀이라는 브랜딩까지 더해져 외래 품종임에도 수라상에 진상된 쌀의 영예까지 얻었다.
글로벌 시대에 반일감정을 부추기거나 한일 품종간 우열을 가리는 대결을 조장하려는 생각은 없다.
개발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아키바레와 고시히카리에 대한 품종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니 종자주권과도 관련이 없다.
다만 일본 품종이 임금님쌀이 돼 있는 이 상황은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은 틀림없다.
이런 문제의식은 품종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농진청 연구자들에게 늘 고민거리였다.
어떤 품종을 연구, 개발, 보급하는 데는 최소 18년의 세월이 걸린다.
연구자, 생산자, 유통업자가 힘을 합쳐 공을 들여야만 한번 자리를 잡은 품종을 바꿀 수 있다.
품종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러한 수고는 수포로 돌아간다.
연구자들은 2018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천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손잡고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고품질의 밥맛이 뛰어나 소비자의 입맛에 맞고, 벼 쓰러짐과 병충해에 강한 생산자 맞춤형 벼를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알찬미'는 2020년 이천에서 재배면적 15%를 차지하며 부상하더니 2021년 46%, 2022년 90% 이상 재배되며 이천 지역에서 장기 집권하던 아키바레의 왕좌를 4년 만에 되찾아 왔다.
알찬미를 연구 개발한 현웅조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알찬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일단 알찬미가 시범 재배되는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 강한 태풍이 왔다.
당시 태풍으로 아키바레와 고시히카리를 심은 논은 큰 피해를 받았지만, 알찬미를 심은 논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면서 "알찬미는 육안으로 봐도 키가 작고,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품종이라 농민들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밥맛 역시 알찬미로 지은 밥은 찰기가 오래가고, 오래 둬도 변질하지 않는다"며 "찰기가 좋은 쌀이 산패가 빨리 되는 것에 비해 알찬미는 오래 두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이천 농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알찬미의 품질은 뛰어났다.
이천에서 가장 먼저 알찬미 재배에 나섰던 최동석(64)씨는 농민들이 이렇게 빨리 재배 품종을 바꾼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회고했다.
이천 부발농협RPC에서 만난 최씨는 "처음 우리 논 1만8천 평에 알찬미를 심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아키바레를 오래 재배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품종이 더 좋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태풍이 왔을 때 아키바레를 심은 논은 생산량이 15% 줄었지만, 알찬미를 심은 논은 5% 정도로 피해가 작았던 것이 농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찬미는 맛에서는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일본 품종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문제는 병충해와 재해 저항성이었는 데 알찬미는 확실히 벼 쓰러짐에 강하다"고 알찬미 예찬론을 펼쳤다.
실제로 농진청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알찬미는 쌀 겉모양이 깨끗하고, 단백질 함량이 5.6%로 낮고, 수확량도 10α(아르) 당 538㎏으로 대비 품종보다 6% 이상 높다.
알찬미는 2020년 농진청이 선정하는 최고품질 벼에 선정되면서 그 명성을 입증했다.
알찬미의 성공은 재해와 병에 강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밥맛도 큰 몫을 했다.
국내 최고의 밥 전문가로 손꼽히는 고은정 대표는 "알찬미는 알곡이 작고, 찰기가 좋아 우리 입맛에 맞다.
밥의 기운, 그러니까 탄력이 좋은 편이라 김밥이나 초밥, 도시락용으로 쓰면 좋은 쌀"이라며 "밥에 시래기, 콩나물 같은 부재료를 넣어 지었을 때 어떤 쌀은 탄력이 없어 뭉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알찬미는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는 강인함이 있다"고 품평했다.
그는 이어 "다만 어르신들이나 아이들,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조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며 "이럴 때는 평소보다 밥물을 더 잡고, 뜸 들이는 시간을 길게 하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지역 특색에 맞는 품종을 찾아 지역색을 입히는 것이 국내 쌀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때는 이천 쌀 중에 이천에서 생산하지 않은 쌀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요즘에도 시중에는 혼합미가 여전히 많다"며 "아키바레냐 알찬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땅에서 그 지역의 물과 토양으로 키운 지역의 쌀이 많이 나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선택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자와 생산자들도 자신이 개발하고 키운 쌀로 밥을 짓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며 "어떻게 밥을 지어야 가장 맛있는지는 직접 만든 사람들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 주신 분들 :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농진청 박진우 홍보팀장, 김승호 주무관)
/연합뉴스
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 "탄력 좋고, 찰기 강해 우리 입맛에 맞아"
[※ 편집자 주 = 각종 콘텐츠 플랫폼에서 '먹방', '맛집'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요식업계는 자영업 태동기, 프랜차이즈 시대, 노포·맛집 유행기를 지나 이제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지는 '식재료 시대'에 왔습니다.
연합뉴스는 농도(農道) 전북에 자리한 농촌진흥청과 함께 국내 우수 식재료(농축산물)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생산물, 생산자, 연구자의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또 현업에 있는 셰프와 식음업계 전문가들의 솔직한 식재료 리뷰를 담아내 소비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계획입니다.
코너 제목은 '좋은 식재료를 탐구하고 연구한다'는 의미로 호식탐탐으로 지었습니다.
] '반찬이 필요 없는 잘 지어진 흰 쌀밥. 식어도 맛있는 밥이 거기, 그 친구의 도시락에 담겨 있었다.
친구 부모님이 벼농사를 짓고 계셨다.
통일벼니 정부미니 하는 말 외에 벼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던 나에게 김포평야의 대표 벼품종인 추청(秋睛)이 그렇게 왔다.
당시에 우리는 그 쌀을 '아키바레'라고 불렀다.
' - 고은정 음식문화운동가 <밥을 짓다 사람을 만나다 中>
지리산 제철음식학교를 운영하는 음식문화운동가 고은정 대표가 기억하는 경기 지역 흰 쌀밥에 대한 추억 한 토막으로 호식탐탐의 문을 열까 한다.
이번 기획의 첫 소재를 정하려고 농촌진흥청 담당자들과 몇 주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그럴싸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제철을 맞은 겨울 딸기를 할까, 인기가 많은 한우를 할까, 요새 핫한 전통주를 할까.
결론이 나지 않던 차에 식재료를 소개하는 코너 본연의 취지에 맞게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밥은 쌀로 짓는다.
그렇게 호식탐탐의 첫 소재는 쌀이 됐다.
문제는 어느 지역의 어느 쌀을 소개하느냐로 옮겨 갔다.
고심 끝에 한반도 최고의 쌀이란 지위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이천 임금님쌀'을 소개하기로 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던 이천의 쌀은 어떤 품종일까.
고은정 선생의 회고에서 알 수 있듯 경기 지역의 쌀은 아키바레라 불리는 일본 품종과 또 다른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였다.
전북대 김태호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의 논문인 '통일벼의 기억과 임금님 쌀의 역사 만들기'(2008년. 한국연구재단 지원)에 따르면 경기 지역 특히 이천의 농민들은 서슬 퍼런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정권 치하에서도 쌀 자급 달성을 위해 자포니카 계열과 인디카 계열 품종을 교배해 생산량을 극대화한 통일벼 대신 아키바레를 고집했다.
이천의 농민들이 통일벼를 거부한 것은 동남아 지역 품종이 섞인 통일벼가 냉해에 약한 탓에 소출이 호남평야 등 남부 지역에 비하지 못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수라상에 진상하던 밥맛 좋은 쌀에 대한 자부심도 한몫했다.
이 대목에서 다소 충격적인 것은 이천 임금님쌀이 일본 품종인 아키바레라는 점이다.
일본 품종인 자포니카 계열 벼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일본 강점기였다.
근대 유전학을 통해 인공교배된 일본 품종 벼는 한반도의 재래종 벼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도 많았다.
무엇보다 군량미로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쌀이 필요했을 터였다.
일본 강점기 이후 한반도의 논을 점령한 일본 품종은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자리를 잡았고, 1970년대 들어온 아키바레는 좋은 품질과 식어도 맛이 좋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밥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임금님쌀이라는 브랜딩까지 더해져 외래 품종임에도 수라상에 진상된 쌀의 영예까지 얻었다.
글로벌 시대에 반일감정을 부추기거나 한일 품종간 우열을 가리는 대결을 조장하려는 생각은 없다.
개발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아키바레와 고시히카리에 대한 품종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니 종자주권과도 관련이 없다.
다만 일본 품종이 임금님쌀이 돼 있는 이 상황은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은 틀림없다.
이런 문제의식은 품종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농진청 연구자들에게 늘 고민거리였다.
어떤 품종을 연구, 개발, 보급하는 데는 최소 18년의 세월이 걸린다.
연구자, 생산자, 유통업자가 힘을 합쳐 공을 들여야만 한번 자리를 잡은 품종을 바꿀 수 있다.
품종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러한 수고는 수포로 돌아간다.
연구자들은 2018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천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손잡고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고품질의 밥맛이 뛰어나 소비자의 입맛에 맞고, 벼 쓰러짐과 병충해에 강한 생산자 맞춤형 벼를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알찬미'는 2020년 이천에서 재배면적 15%를 차지하며 부상하더니 2021년 46%, 2022년 90% 이상 재배되며 이천 지역에서 장기 집권하던 아키바레의 왕좌를 4년 만에 되찾아 왔다.
알찬미를 연구 개발한 현웅조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알찬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일단 알찬미가 시범 재배되는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 강한 태풍이 왔다.
당시 태풍으로 아키바레와 고시히카리를 심은 논은 큰 피해를 받았지만, 알찬미를 심은 논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면서 "알찬미는 육안으로 봐도 키가 작고,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품종이라 농민들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밥맛 역시 알찬미로 지은 밥은 찰기가 오래가고, 오래 둬도 변질하지 않는다"며 "찰기가 좋은 쌀이 산패가 빨리 되는 것에 비해 알찬미는 오래 두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이천 농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알찬미의 품질은 뛰어났다.
이천에서 가장 먼저 알찬미 재배에 나섰던 최동석(64)씨는 농민들이 이렇게 빨리 재배 품종을 바꾼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회고했다.
이천 부발농협RPC에서 만난 최씨는 "처음 우리 논 1만8천 평에 알찬미를 심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아키바레를 오래 재배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품종이 더 좋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태풍이 왔을 때 아키바레를 심은 논은 생산량이 15% 줄었지만, 알찬미를 심은 논은 5% 정도로 피해가 작았던 것이 농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찬미는 맛에서는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일본 품종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문제는 병충해와 재해 저항성이었는 데 알찬미는 확실히 벼 쓰러짐에 강하다"고 알찬미 예찬론을 펼쳤다.
실제로 농진청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알찬미는 쌀 겉모양이 깨끗하고, 단백질 함량이 5.6%로 낮고, 수확량도 10α(아르) 당 538㎏으로 대비 품종보다 6% 이상 높다.
알찬미는 2020년 농진청이 선정하는 최고품질 벼에 선정되면서 그 명성을 입증했다.
알찬미의 성공은 재해와 병에 강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밥맛도 큰 몫을 했다.
국내 최고의 밥 전문가로 손꼽히는 고은정 대표는 "알찬미는 알곡이 작고, 찰기가 좋아 우리 입맛에 맞다.
밥의 기운, 그러니까 탄력이 좋은 편이라 김밥이나 초밥, 도시락용으로 쓰면 좋은 쌀"이라며 "밥에 시래기, 콩나물 같은 부재료를 넣어 지었을 때 어떤 쌀은 탄력이 없어 뭉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알찬미는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는 강인함이 있다"고 품평했다.
그는 이어 "다만 어르신들이나 아이들,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조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며 "이럴 때는 평소보다 밥물을 더 잡고, 뜸 들이는 시간을 길게 하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지역 특색에 맞는 품종을 찾아 지역색을 입히는 것이 국내 쌀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때는 이천 쌀 중에 이천에서 생산하지 않은 쌀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요즘에도 시중에는 혼합미가 여전히 많다"며 "아키바레냐 알찬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땅에서 그 지역의 물과 토양으로 키운 지역의 쌀이 많이 나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선택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자와 생산자들도 자신이 개발하고 키운 쌀로 밥을 짓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며 "어떻게 밥을 지어야 가장 맛있는지는 직접 만든 사람들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 주신 분들 :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농진청 박진우 홍보팀장, 김승호 주무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