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개항했으나 내달 말 가동 예정"…사고와 직접 관련 여부는 알 수 없어
날개 보조장치 안 펴졌다는 주장도 나와…블랙박스 수거 분석 중
네팔 당국 "사고 여객기 추락 시 공항에 계기착륙장치 없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에서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지 공항에 계기착륙장치(ILS)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ILS는 악천후나 야간 등 조종사가 주변 장애물이나 지면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울 때 활주로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네팔 민간항공국에서 공보업무를 하는 자간나트 니라울라는 포카라의 신축 국제공항에는 가동되는 계기착륙장치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공항이 가동을 시작했으나 내달 26일까지는 ILS가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축 국제공항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관련 자금 지원으로 지어졌다.

그간 일각에서는 프로젝트 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당국이 개장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다만, 여객기 추락 당일 날씨가 화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동되는 계기착륙장치가 없었던 점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사고가 난 네팔 예티항공 여객기는 ATR 72-500 기종으로, 72명이 타고 있는 상태에서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신축 포카라 국제공항으로 향하다 기존 국내 공항과 신축 공항 사이의 협곡에 추락했다.

쌍발 프로펠러를 장착한 ATR 72는 198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가 제작해왔다.

이와 관련해 카트만두포스트 등 일부 네팔 매체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가 추락할 때 날개 뒷부분에 달린 플랩(flap)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플랩은 항공기의 양력을 높이기 위해 날개에 다는 보조장치인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서 해당 여객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네팔 당국 "사고 여객기 추락 시 공항에 계기착륙장치 없었다"
실제로 여객기 추락 영상을 살펴본 일부 항공전문가들은 양력 유지 실패로 인한 '실속(失速·stall)'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신축 공항의 위치와 활주로 배치 등에 구조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신구 공항 간 거리는 약 2㎞에 불과할 정도로 붙어있으며 각 활주로는 평행하지 않고 가로, 세로로 어긋나게 배치됐다.

포카라는 산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여객기가 산을 끼고 돌며 '급커브'하며 이착륙해야 하는데 활주로 배치가 조종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도 착륙 직전 활주로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지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밀 분석 중이다.

블랙박스의 조종석 음성 녹음은 네팔 당국이 분석 중이고 비행기록 데이터는 프랑스의 제작사로 보내졌다.

한편 당국은 전날까지 한국인 시신 2구를 포함해 총 71구의 탑승객 시신을 수습했다.

유모씨 부자(父子)로 알려진 한국인 희생자는 외교부와 유가족이 신원 확인을 마친 상태다.

유가족은 시신을 현지에서 화장한 뒤 유해를 국내로 이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