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의 해 맞이한 벨 감독 "벤투호처럼 우리도 16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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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3년, 올바른 방향 가고 있다 생각…한국 여자축구 더 발전할 수 있어"
"신임 뮐러 위원장은 '축구에 미친 사람'…남자팀 좋은 감독 선임할 것" "처음 여자 축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월드컵 참가는 목표이자 꿈이었습니다.
무척 기대됩니다.
"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62·잉글랜드) 감독은 2019년 가을 한국에 오기 전부터 유럽 여자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였다.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지휘했고, 2015-2016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을 역임했다.
2017∼2019년엔 아일랜드에서 여자 대표팀을 이끈 경험도 있으나 선수로나 지도자로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무대가 바로 월드컵이다.
올해 7~8월 한국을 이끌고 출전할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그의 축구 인생 첫 월드컵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벨 감독은 "일단은 콜롬비아와의 1차전 승리가 우선 목표다.
그리고 한 경기씩 나아가 우선 조별리그를 통과한 다음, 갈 수 있는 데까지 높이 올라가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원정 평가전, 12월 경남 남해 소집 훈련을 치른 뒤 이달 초까지 독일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벨 감독의 머릿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뿐이었다.
매일 직접 운동하는 것은 물론 각종 유럽 축구 경기,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열심히 챙겨봤다고 한다.
벨 감독은 "아스널을 특히 인상적으로 봤다.
다른 팀보다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경기 스피드가 높고 앞으로 나아가는 직선적인 플레이도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이는 벨 감독이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 보이고 싶은 축구이기도 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분석한 대표팀의 스타일은 수동적이었다"고 되짚은 벨 감독은 "깊게 내려앉아서 수비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게 수동적으로 경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려앉아 있더라도 적극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서 그런 '능동적'인 스타일을 구현하려 노력했다"며 "지난 뉴질랜드와의 경기가 그런 측면에서 부임 후 가장 좋았던 경기였다.
볼이 있으나 없으나 선수들이 빠르게 대응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얼마 전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 남자 대표팀의 극적인 16강 진출도 벨 감독의 월드컵 준비에 영감을 주는 요소다.
파울루 벤투 당시 남자 대표팀 감독과 대회 기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응원했다는 벨 감독은 "우리의 조 상황이 그때 남자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까다롭고, 어려운 조에 속했다.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 등 어느 팀도 과소평가할 수 없고, 모두가 큰 집중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뭔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앞서 나가면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며 "우리도 남자 대표팀처럼 월드컵에서 그런 것을 한번 실현해보고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물러나야 했던 한국 여자 축구는 이후 벨 감독과 함께 3년여를 보내며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8년 만의 16강 진출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키웠다.
'고강도', '적극적' 등의 키워드를 앞세운 벨 감독의 지도로 지난해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이루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벨 감독은 "처음에 왔을 때 선수들의 자신감이 부족해 한국어로 얘기해주기 위해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배워야 했다.
능동적으로 경기 스타일을 바꾸고자 정신적인 부분부터 변화가 필요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금은 물리적 속도뿐만 아니라, 빠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왔다.
좋은 선수들로 좋은 팀을 이루고 있다"며 "좋은 훈련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면 월드컵 조별리그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 위축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고, 능력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선수들에게는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자 축구를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스포츠'로 정의한 벨 감독은 국내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선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WK리그에 조기 진입하거나 유럽에서처럼 더 많은 남자 프로팀이 여자팀을 보유하는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부임한 독일 출신의 마이클 뮐러(58) 대한축구협회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한국 축구에 대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벨 감독은 "뮐러 위원장과는 독일에서도 업무를 통해 만났던 사이다.
한국에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눈다"며 "즐겨 가는 독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만나 한국 축구나 축구 전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남자 대표팀에 벤투 감독이 있을 땐 다 함께 만나곤 했다"고 전했다.
뮐러 위원장이 지난해 축구협회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훈련 프로그램을 여자 대표팀에 적용해 '뮐러볼'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는 벨 감독은 뮐러 위원장이 벤투 감독의 후임 남자 대표팀 사령탑도 잘 선임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벨 감독은 "제가 본 뮐러 위원장은 겸손하고, 노력을 많이 하며,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축구에 미친' 사람"이라며 "좋은 과정을 통해 좋은 남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신임 뮐러 위원장은 '축구에 미친 사람'…남자팀 좋은 감독 선임할 것" "처음 여자 축구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월드컵 참가는 목표이자 꿈이었습니다.
무척 기대됩니다.
"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62·잉글랜드) 감독은 2019년 가을 한국에 오기 전부터 유럽 여자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였다.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지휘했고, 2015-2016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을 역임했다.
2017∼2019년엔 아일랜드에서 여자 대표팀을 이끈 경험도 있으나 선수로나 지도자로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무대가 바로 월드컵이다.
올해 7~8월 한국을 이끌고 출전할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그의 축구 인생 첫 월드컵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벨 감독은 "일단은 콜롬비아와의 1차전 승리가 우선 목표다.
그리고 한 경기씩 나아가 우선 조별리그를 통과한 다음, 갈 수 있는 데까지 높이 올라가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원정 평가전, 12월 경남 남해 소집 훈련을 치른 뒤 이달 초까지 독일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벨 감독의 머릿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뿐이었다.
매일 직접 운동하는 것은 물론 각종 유럽 축구 경기,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열심히 챙겨봤다고 한다.
벨 감독은 "아스널을 특히 인상적으로 봤다.
다른 팀보다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경기 스피드가 높고 앞으로 나아가는 직선적인 플레이도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이는 벨 감독이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 보이고 싶은 축구이기도 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분석한 대표팀의 스타일은 수동적이었다"고 되짚은 벨 감독은 "깊게 내려앉아서 수비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게 수동적으로 경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려앉아 있더라도 적극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서 그런 '능동적'인 스타일을 구현하려 노력했다"며 "지난 뉴질랜드와의 경기가 그런 측면에서 부임 후 가장 좋았던 경기였다.
볼이 있으나 없으나 선수들이 빠르게 대응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얼마 전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 남자 대표팀의 극적인 16강 진출도 벨 감독의 월드컵 준비에 영감을 주는 요소다.
파울루 벤투 당시 남자 대표팀 감독과 대회 기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응원했다는 벨 감독은 "우리의 조 상황이 그때 남자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까다롭고, 어려운 조에 속했다.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 등 어느 팀도 과소평가할 수 없고, 모두가 큰 집중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뭔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앞서 나가면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며 "우리도 남자 대표팀처럼 월드컵에서 그런 것을 한번 실현해보고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물러나야 했던 한국 여자 축구는 이후 벨 감독과 함께 3년여를 보내며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8년 만의 16강 진출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키웠다.
'고강도', '적극적' 등의 키워드를 앞세운 벨 감독의 지도로 지난해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이루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벨 감독은 "처음에 왔을 때 선수들의 자신감이 부족해 한국어로 얘기해주기 위해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배워야 했다.
능동적으로 경기 스타일을 바꾸고자 정신적인 부분부터 변화가 필요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금은 물리적 속도뿐만 아니라, 빠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왔다.
좋은 선수들로 좋은 팀을 이루고 있다"며 "좋은 훈련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면 월드컵 조별리그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 위축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고, 능력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선수들에게는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자 축구를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스포츠'로 정의한 벨 감독은 국내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선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WK리그에 조기 진입하거나 유럽에서처럼 더 많은 남자 프로팀이 여자팀을 보유하는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부임한 독일 출신의 마이클 뮐러(58) 대한축구협회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한국 축구에 대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벨 감독은 "뮐러 위원장과는 독일에서도 업무를 통해 만났던 사이다.
한국에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눈다"며 "즐겨 가는 독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만나 한국 축구나 축구 전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남자 대표팀에 벤투 감독이 있을 땐 다 함께 만나곤 했다"고 전했다.
뮐러 위원장이 지난해 축구협회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훈련 프로그램을 여자 대표팀에 적용해 '뮐러볼'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는 벨 감독은 뮐러 위원장이 벤투 감독의 후임 남자 대표팀 사령탑도 잘 선임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벨 감독은 "제가 본 뮐러 위원장은 겸손하고, 노력을 많이 하며,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축구에 미친' 사람"이라며 "좋은 과정을 통해 좋은 남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