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C 등 보건분야 지원 다시 시작…탈레반 "우리 사회에 필요"
아프간서 국제NGO 활동 일부 재개…탈레반 '여성금지' 입장 완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의 여성 억압 조치로 중단됐던 국제 비정부기구(NGO)의 구호 활동이 일부 재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주의 단체인 국제구호위원회(IRC)의 낸시 덴트 대변인은 "지난주 아프간 공공보건부로부터 여성 보건인력이 활동을 재개해도 된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덴트 대변인은 이에 따라 아프간 4개 주에서 보건·영양 공급 지원을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IRC와 함께 세이브더칠드런, 케어(CARE) 등 다른 일부 국제구호단체도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프간 정부는 지난달 구호단체 여성이 히잡 착용 등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지 않는다며 단체 내 여성 활동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세이브더칠드런 등 많은 국제구호단체는 여성 스태프 없이 구호 작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며 아프간 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최악의 경제난 속에 겨울 혹한을 맞은 아프간 국민이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실제로 아프간에서는 최근 강추위와 폭설로 인해 지난 1주일간 20여 명이 동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 라흐만 하비브 아프간 경제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보건 분야 여성 활동을 허용한 것은 우리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양실조 상태인 어린이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여성에 대해 지원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프간 보건부는 이와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보건부는 로이터통신에 오해로 인해 NGO가 활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것일 뿐 우리는 어떤 의료 관련 활동도 중단시킨 바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호단체 측은 의료 외 교육, 식수 공급, 위생 등의 분야에서도 여성이 활동할 수 있도록 탈레반 측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8월 아프간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갈수록 여성 차별을 강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탈레반은 중·고등학교 여학생에 대한 교육을 허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20일에는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반을 이유로 대학 여성 교육도 금지했다.

아울러 현지 여성들은 공원,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에도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굴까지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고, 남자 친척 없이 홀로 여행도 할 수 없는 등 각종 억압 조치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