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는 과거와 현재를 완전히 구분 짓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근무환경과 소통의 영역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소비의 수준이 높아져 이젠 브랜드와 브랜드가 아닌 것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사회에 브랜드경영을 전파해 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못내 아쉬운 것은 아직도 많은 중소 기업인들이 고객환경의 변화와 고객가치를 통찰로 알아채지 못하고 단순히 장사를 통해 이익을 만들겠다는 맹목적인 근시안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결국 후진적인 경영이고 이런 기업들은 결코 오래 생존을 이어 갈 수가 없다.

브랜드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브랜드경영은 무엇을 추구해 나가야 할까? 이런 질문이 많다. 브랜드는 과거 노르웨이에서 가축 주인을 구분하기 위해서 가축의 엉덩이에 낙인을 찍는 행위인 ‘Branda’로부터 유래했다. 이러한 소유권 증명행위는 발전을 거듭하여 그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이 곧 성공자라는 것을 암시하고 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상징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디테일하게 완성하여야 한다.

내 기업의 제품이 성공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별한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은 바로 진정성이 분명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브랜드 정체성을 위한 자기다움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남의 것을 묘하게 베껴와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우겨대기도 한다.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소비자들의 수준은 이미 똑똑함을 넘어섰기 때문에 어설픈 눈가림엔 반드시 응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그것이 이야기하는 가치’, ‘왜 그들이 존재해야만 하는지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놓는 기업의 스토리’가 가슴에 짠한 감동을 몰고 온다. 진심이 담긴 제품에 고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한다. 이때부턴 제품은 소울메이트의 신분으로 격상되고 고객은 지속적인 애정을 쏟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면 브랜드기업으로서 성공스토리가 완성된다.

브랜드는 장사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특별함을 처음부터 발생시키고 상징이 되어야 고객과의 접점이 생기고 관계가 오래가며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품이 특별하지 않아 보여도 독특한 개성을 만드는 것엔 ‘시간’의 역할이 크다. 국내 H백화점에서 농어촌 장인들의 스토리를 ‘명인명촌’이라는 브랜드로 만든 사례는 시간의 힘을 잘 보여준다. 이 매장에서는 장인들이 열정과 오랜 시간의 노력을 사진과 책, 기타 자료들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줬고, 그 결과 짧은 시간에 성공반열에 올랐던 브랜드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스스로 대단하다' 라고 말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말과 광고로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스토리, 또 진정성과 가치가 눈에 보이게 유형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은 고객의 마음에 자리 잡고 소울 메이트로서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점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타협과 짧은 생각으로 순간을 연명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그러했듯이, 애플이 그러했듯이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함으로 고객들에게 가치를 주겠다는 신념을 통해 묵묵히 시간을 참아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특별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
조세현 이사장/대한민국브랜드협회
몇 해 전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장인이 만든 제품’이라는 TV드라마 속 대사가 인상 깊었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일분일초에 정성을 다해 내 제품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정제된 언어로 가다듬어 최소한 기업 스토리를 마련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동물 중 가장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녀석이 바로 토끼다. 토끼처럼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고객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경받는 진짜'가 나타나기를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기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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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고: 대한민국브랜드협회(KBA) 이사장 조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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