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다 그렇진 않아요"…풍자 콘텐츠 불편한 MZ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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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고 이기적인 세대로 묘사…편견·혐오 조장할 수도"
"다른 회사처럼 야근은 많이 없어요. MZ 사원분들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십분 이해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저희를 얼마나 이해하신다고…"(SNL코리아 'MZ 오피스'의 한 장면)
이른바 MZ 세대를 풍자하는 코미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정작 실제 MZ 사이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그 소재라고는 하지만 이런 콘텐츠가 특정 세대를 향한 편견과 혐오를 불러오고 자칫 세대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과 온라인 매체는 MZ 세대를 우스꽝스럽게 그린 콘텐츠를 잇달아 생산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많게는 수백만 회 재생될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일부 '진짜 MZ'들은 이런 콘텐츠가 MZ의 단면만을 부풀려 보여줘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별난 세대', '조심해야 하는 세대'로 찍혀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말 취업에 성공한 이모(24)씨는 "MZ를 궂은일을 하기 싫어하고, 문해력이 부족하고, 툭하면 퇴사하겠다고 하는 세대로 묘사하지 않느냐"며 "기업 문화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윤모(23)씨는 "미디어가 MZ의 좋은 이미지를 담는 걸 본 적이 없다.
업무시간 직전에 출근해 이어폰을 꽂고 일하고, 점심 때는 '수저 세팅'도 안 하는 애들로 그린다"며 "면접 때마다 MZ에 관해 묻는데 이런 모습을 염두에 두고 질문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MZ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제 직장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2년 차 직장인 오모(25)씨는 "몇몇 상사나 선배들이 콘텐츠에 나오는 극단적 사례를 거론하면서 '요즘 애들 진짜 그러냐'고 묻기도 한다"며 "어느 세대나 게으른 사람과 사회생활에 서툰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미디어에서 유달리 MZ만 더 박하게 표현하는 듯하다"고 했다.
금융권에서 4년째 일하는 오모(30)씨는 "어느 순간부터 MZ라는 말 자체가 일종의 욕이나 비난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거절하면 '역시 MZ들은 다르다'는 식"이라며 "따지고 보면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세대를 갈라 '너흰 그런 세대'라고 매도하는 것도 웃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T기업에 다니는 이모(26)씨는 "사내 문화가 자유로운 분위기인데도 저연차 사원이 실수하거나 지적받는 일이 생기면 꼭 세대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뜩이나 세대 갈등이 심한데 이런 세대 몰이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치게 MZ를 왜곡하고 과장한 풍자 콘텐츠가 편견과 혐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별 고민 없이 패러디로 MZ를 재현하면 공감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특정 세대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입견을 품고 잘못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세대를 규정해 나누는 것 자체가 편견을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며 "개성과 취향, 다양성은 연령에 따라 갈라지는 게 아닌데 단순히 세대별 특징을 구분 짓는 세대론은 이 시대엔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M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사이 태어난 Z세대를 묶어 쓰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심지어 이들도 계층·성별에 따라 차이가 크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MZ라는 박스에 가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세대 갈등이 심각한 국가"라며 "이런 콘텐츠가 사람들 사고에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책무와 윤리를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십분 이해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저희를 얼마나 이해하신다고…"(SNL코리아 'MZ 오피스'의 한 장면)
이른바 MZ 세대를 풍자하는 코미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정작 실제 MZ 사이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그 소재라고는 하지만 이런 콘텐츠가 특정 세대를 향한 편견과 혐오를 불러오고 자칫 세대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과 온라인 매체는 MZ 세대를 우스꽝스럽게 그린 콘텐츠를 잇달아 생산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많게는 수백만 회 재생될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일부 '진짜 MZ'들은 이런 콘텐츠가 MZ의 단면만을 부풀려 보여줘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별난 세대', '조심해야 하는 세대'로 찍혀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말 취업에 성공한 이모(24)씨는 "MZ를 궂은일을 하기 싫어하고, 문해력이 부족하고, 툭하면 퇴사하겠다고 하는 세대로 묘사하지 않느냐"며 "기업 문화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윤모(23)씨는 "미디어가 MZ의 좋은 이미지를 담는 걸 본 적이 없다.
업무시간 직전에 출근해 이어폰을 꽂고 일하고, 점심 때는 '수저 세팅'도 안 하는 애들로 그린다"며 "면접 때마다 MZ에 관해 묻는데 이런 모습을 염두에 두고 질문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MZ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제 직장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2년 차 직장인 오모(25)씨는 "몇몇 상사나 선배들이 콘텐츠에 나오는 극단적 사례를 거론하면서 '요즘 애들 진짜 그러냐'고 묻기도 한다"며 "어느 세대나 게으른 사람과 사회생활에 서툰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미디어에서 유달리 MZ만 더 박하게 표현하는 듯하다"고 했다.
금융권에서 4년째 일하는 오모(30)씨는 "어느 순간부터 MZ라는 말 자체가 일종의 욕이나 비난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거절하면 '역시 MZ들은 다르다'는 식"이라며 "따지고 보면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세대를 갈라 '너흰 그런 세대'라고 매도하는 것도 웃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T기업에 다니는 이모(26)씨는 "사내 문화가 자유로운 분위기인데도 저연차 사원이 실수하거나 지적받는 일이 생기면 꼭 세대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뜩이나 세대 갈등이 심한데 이런 세대 몰이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치게 MZ를 왜곡하고 과장한 풍자 콘텐츠가 편견과 혐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별 고민 없이 패러디로 MZ를 재현하면 공감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특정 세대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입견을 품고 잘못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세대를 규정해 나누는 것 자체가 편견을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며 "개성과 취향, 다양성은 연령에 따라 갈라지는 게 아닌데 단순히 세대별 특징을 구분 짓는 세대론은 이 시대엔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M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사이 태어난 Z세대를 묶어 쓰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심지어 이들도 계층·성별에 따라 차이가 크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MZ라는 박스에 가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세대 갈등이 심각한 국가"라며 "이런 콘텐츠가 사람들 사고에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책무와 윤리를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