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고위험 비중 커 불안감↑…일부 대형사, 침체기에도 투자
둔촌주공 한숨 돌렸지만…증권업계 PF 리스크 양극화 우려
증권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새해 첫 시험대 격이었던 둔촌주공 PF 건이 한고비를 넘기면서 증권사들도 모처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위험 부동산 금융 비중이 큰 중소형사와 대형사 간 양극화 현상이 부각되는 등 부동산 PF 문제는 여전히 업계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을 받아 국내 시중은행 5곳으로부터 7천5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조달하기로 했다.

당초 조합은 오는 17일까지 진행될 일반분양 계약금을 받아 사업비를 상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초기 계약률이 최소 77% 이상은 돼야 일시 상환이 가능하다는 추정이 나왔다.

하지만 HUG가 대출 보증에 나서면서 조합은 일반분양 계약률과 상관없이 만기일(19일)에 맞춰 7천231억원 규모의 PF 사업비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는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둔촌주공은 개별 사업장이지만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이번에 PF 리스크가 발생했다면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할 수도 있었던 만큼 부정적 시그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리스크 문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에 비해 고위험 자산 비중이 큰 중소형사들에 대한 우려가 신용평가업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우발부채 중 브릿지론(19.6%)과 중·후순위 본 PF(15.9%)가 차지하는 비중은 35.5%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본 1조∼3조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와 자본 1조원 미만의 소형 증권사의 브릿지론 및 중·후순위 본 PF 합산 비중은 각각 69.3%, 76.5%에 이른다.

사업 인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고금리 단기대출 성격의 브릿지론이나 변제 순서가 밀리는 중·후순위 본 PF는 선순위 본 PF보다 리스크가 큰 우발채무로 분류된다.

브릿지론과 본 PF의 지역별 구성 측면에서도 중소형사의 고위험 비서울 사업장 비중이 대형사보다 크다는 점 역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침체기 속 부동산 금융 사업 영위 측면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PF 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며 자금 수혈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근 메리츠 증권은 1조5천억원 규모의 롯데건설 PF 유동화증권 매입 투자협약을 맺으며 침체기에도 부동산 금융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형사라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회사채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돼 PF ABCP 차환이 원활하지만,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 부동산 이슈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고 시장이 다시 흔들릴 경우 대형사들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