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유명한 현 뉴욕필 음악감독
이틀간 집중 리허설 뒤 서울시향 첫 지휘…브람스·바그너 등 '전공' 선보여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판즈베던, 열띤 환호 속 데뷔 무대 치러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인 야프 판즈베던(63·현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이 12일 관객들의 환호 속에 성공적으로 서울시향 데뷔 무대를 치렀다.

서울시향은 이날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올해 첫 정기연주회에서 판즈베던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과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등을 들려줬다.

2018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지난해 KBS교향악단을 지휘한 적이 있는 판즈베던은 서울시향과 첫 호흡을 맞췄다.

특유의 성큼성큼한 걸음걸이로 입장한 판즈베던이 들려준 첫 곡은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이다.

브람스가 완성하는 데만 꼬박 21년이 걸린 대작으로, 당대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로부터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는 칭송을 받은 작품이다.

여러 차례 이 곡을 각자 지휘·연주했던 판즈베던과 서울시향은 섬세하면서도 입체감을 살린 박력 있는 연주로 선보였고, 관객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차기 음악감독의 첫 연주를 환영했다.

무대에 들어설 때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던 판즈베던의 얼굴에도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가 번졌고, 단원들을 일으켜 세우며 객석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바그너 곡들을 주로 들려준 2부에서도 판즈베던과 서울시향의 호흡은 빛났다.

홍콩필하모닉과 바그너의 '링 사이클'을 녹음하는 등 바그너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로 꼽혀온 그는 2부에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사랑의 죽음' 등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했다.

판즈베던은 앞서 서울시향이 발행한 월간 'SPO' 1월호에서 바그너를 택한 이유로 "우리의 첫 만남에서 바그너야말로 내가 어떤 사운드의 세계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곡가로 생각했다"며 "이번 연주회는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소리를 추구할지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무대에서 판즈베던과 서울시향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과 앙코르곡으로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제8번의 흥겨운 선율을 선사하며 연주를 마쳤고, 객석은 열띤 환호로 화답했다.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판즈베던, 열띤 환호 속 데뷔 무대 치러
당초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이 지휘할 예정이었던 이번 정기연주회는 벤스케가 모국 핀란드에서 낙상 사고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지휘자가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지난 9일 고국인 네덜란드에서 입국한 판즈베던은 10·11일 이틀간 서울시향과 집중적으로 고강도의 리허설을 한 뒤 이날 정기연주회에 임했다.

상대적으로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악단과 호흡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지만 판즈베던은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단시간에 서울시향과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선보여 국내 클래식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판즈베던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는 13일에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

현재 뉴욕필하모닉과 홍콩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함께 맡고 있는 그는 기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17일 홍콩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공식 취임은 2024년 1월이지만 올해 7월과 11월, 12월에도 차기 음악감독 자격으로 서울시향을 지휘해 차이콥스키, 베토벤, 쇼스타코비치 등의 레퍼토리를 들려줄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