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진 채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의 마애불. /사진=연합뉴스
엎어진 채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의 마애불. /사진=연합뉴스
엎어진 채 땅을 보고 있는 상태로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이 2025년 똑바로 세워질 전망이다.

11일 대한불교조계종은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공사를 2025년에 시행하는 일정으로 마애불 보존 등에 관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마애불 바로 세우기 등 중요 사업을 아우르는 '천년을 세우다' 프로젝트 추진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 계획서를 공개했다.

당국의 계획에 대해 조계종은 불상을 바로 세우는 시점을 2024년으로 1년 정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조계종의 요청은 시공 과정의 변수나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 등에 의해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에 따르면 현재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에 관한 연구 조사가 진행 중이며, 마애불 보존·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는 올해 여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불상과 같은 크기의 모형으로 모의실험 한다는 것이 당국의 구상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불교 조계종이 경주시 내남면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앞에서 엎어진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를 밝히는 고불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대한불교 조계종이 경주시 내남면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앞에서 엎어진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를 밝히는 고불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마애불은 앞서 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경북유형문화재 제113호) 일대를 조사하던 중 발견됐다.

콧날과 지면 쪽에 있는 바위의 거리가 약 5㎝에 불과해 '5㎝의 기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서 있었으나 1430년에 발생한 규모 6.4 지진으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은 전체 높이 약 560㎝, 무게는 70∼80t 수준으로 추산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하림각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진리 실상을 외면하고 허상만을 좇아 고통받는 중생을 품기 위해 대비심으로 엎드린 채, 그렇게 천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마애불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부처님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며, 우리 모두의 본성을 회복하는 성스러운 불사"라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