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에 쏠린 눈…1등 삼성의 이유있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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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NO 감산 외치는 삼성…최후의 선택은
1등의 자신감인가, 무리한 고집인가. 이제는 '적자'라는 단어가 놀랍지도 않은 심각한 반도체 한파 속에 글로벌 1위 삼성전자의 '감산'이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가 뒤늦게라도 감산과 투자 축소로 손실을 줄일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1등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삼성을 제외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공식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재고에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생산을 줄이는 거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생산은 20%, 투자는 30% 줄이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투자를 50%나 축소하기로 했다. 다른 곳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등 삼성의 힘…'No 감산'도 하나의 전략
이제 모두의 시선은 삼성을 향하고 있다. 삼성이 생산을 줄이지 않는다면,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감산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그야말로 '독야청청'이다.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데 이어, 최근 열린 2023 CES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설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어닝쇼크에도 투자나 생산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나 홀로 감산을 하지 않는 삼성의 뒤에는 1등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전 세계 반도체 주문이 아무리 줄어도 품질 좋은 삼성 반도체를 찾는 고객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란 배짱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주문이 덜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이정도 쌓인 재고는 언제든 다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적의 위기는 나의 기회'…메모리 판 흔드나
무엇보다 적들의 위기는 나의 기회다. 경쟁사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올해 하반기다. 반도체 공급이 줄어드는 하반기까지 버티면 생산을 줄이지 않았던 삼성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다.
지독한 반도체 한파를 견딜 수만 있다면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경쟁사들의 투자를 억제하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까지 줄이지 않는다면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오는 '업턴(Up Turn)'에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수 있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삼성은 생산량을 고수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이러면 경쟁사들 역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적자의 폭도 깊어진다. 삼성 역시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감산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경쟁사들이 몇 발짝 도태된 상태에서 반도체 호황기를 맞을 수 있다.
특히 과점체제로 정리된 D램 시장에 비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아직 5개의 기업이 경쟁중이다. 반도체 불황기를 맞아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낸드 2위인 키옥시아와 4위인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논의에 들어간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둘이 합병하면 1위 삼성마저 위협할 수 있는 규모로 커지는데, 이를 삼성이 가만히 두고 볼 지는 의문이다.
○결국 감산하나, '현실론' 부상…삼성의 선택은
물론 삼성이 나 홀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요즘 믿을 것이 반도체 주식밖에 없는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의 '감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무작정 버티기엔 실적도 문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해 1분기 14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전망도 좋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16%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선택은 삼성의 몫이다. 감산을 하지 않고 버텨서 입을 손실과 이런 과정을 통해 다가올 호황기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이 계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지금 삼성의 고민은 변수 가득한 이 계산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삼성 반도체 부문을 맡고 있는 경계현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밤이 깊으면 아침이 가까운 것이고, 어려움이 커지면 희망이 다가온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알쏭달쏭 하기만 한 이 문장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조금 기다려야 한다. 오는 31일 실적발표 후 열리는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이미 삼성을 제외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공식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재고에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생산을 줄이는 거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생산은 20%, 투자는 30% 줄이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투자를 50%나 축소하기로 했다. 다른 곳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등 삼성의 힘…'No 감산'도 하나의 전략
이제 모두의 시선은 삼성을 향하고 있다. 삼성이 생산을 줄이지 않는다면,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감산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그야말로 '독야청청'이다.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데 이어, 최근 열린 2023 CES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설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어닝쇼크에도 투자나 생산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나 홀로 감산을 하지 않는 삼성의 뒤에는 1등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전 세계 반도체 주문이 아무리 줄어도 품질 좋은 삼성 반도체를 찾는 고객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란 배짱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주문이 덜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이정도 쌓인 재고는 언제든 다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적의 위기는 나의 기회'…메모리 판 흔드나
무엇보다 적들의 위기는 나의 기회다. 경쟁사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올해 하반기다. 반도체 공급이 줄어드는 하반기까지 버티면 생산을 줄이지 않았던 삼성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다.
지독한 반도체 한파를 견딜 수만 있다면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경쟁사들의 투자를 억제하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까지 줄이지 않는다면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오는 '업턴(Up Turn)'에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수 있다.
더욱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삼성은 생산량을 고수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이러면 경쟁사들 역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적자의 폭도 깊어진다. 삼성 역시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감산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경쟁사들이 몇 발짝 도태된 상태에서 반도체 호황기를 맞을 수 있다.
특히 과점체제로 정리된 D램 시장에 비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아직 5개의 기업이 경쟁중이다. 반도체 불황기를 맞아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낸드 2위인 키옥시아와 4위인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논의에 들어간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둘이 합병하면 1위 삼성마저 위협할 수 있는 규모로 커지는데, 이를 삼성이 가만히 두고 볼 지는 의문이다.
○결국 감산하나, '현실론' 부상…삼성의 선택은
물론 삼성이 나 홀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요즘 믿을 것이 반도체 주식밖에 없는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의 '감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무작정 버티기엔 실적도 문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해 1분기 14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전망도 좋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16%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선택은 삼성의 몫이다. 감산을 하지 않고 버텨서 입을 손실과 이런 과정을 통해 다가올 호황기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이 계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지금 삼성의 고민은 변수 가득한 이 계산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삼성 반도체 부문을 맡고 있는 경계현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밤이 깊으면 아침이 가까운 것이고, 어려움이 커지면 희망이 다가온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알쏭달쏭 하기만 한 이 문장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조금 기다려야 한다. 오는 31일 실적발표 후 열리는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