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주거지와 너무 가까운 데이터센터 안돼"…안양 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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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관계사가 호계동에 62m 높이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부지 앞 효성아파트 주민들 비대위 결성…"소음·전자파 위험"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18층 이상 높이 데이터센터 목숨 걸고 사수하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호계효성아파트 외벽에는 이런 내용의 큼직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또 '데이터센터 결사반대'라는 글이 적힌 노란색 작은 현수막이 각 세대 베란다마다 내걸렸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2021년 6월 아파트 앞 1만2천627㎡ 부지에 효성그룹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2년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효성그룹이 섬유 사업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보유한 호계동 창고 부지에 '호계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 건립은 효성중공업이 맡고 있는데 효성중공업의 지분을 40% 보유한 효성그룹 관계사 에브리쇼가 2021년 6월 안양시에 높이 62m,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입안을 제안했다.
안양시는 입안 제안에 대해 관련 부서 협의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파트 앞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호계효성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데이터센터 부지와 효성아파트 101동은 10m가 조금 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고, 아파트 높이는 데이터센터 시설 높이보다 1m 낮은 61m로 파악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성이 클 뿐 아니라 센터 옥상에 설치될 냉각탑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 때문에 정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효성아파트와 데이터센터 경계 부지까지 이격거리가 매우 짧은데다 아파트보다 높은 시설이 건립될 경우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주민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또 데이터센터 부지에서 164m 떨어진 곳에 호계초등학교가 있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오염 물질 배출 시설 건립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안양시에 요구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인 아파트 주민 노국천 씨는 "지금도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 효성안양공장에서 연기와 분진이 계속 배출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아파트 코앞에 대형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오면 우리 주민들은 그런 환경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면서 "아파트와 수백m 떨어진 효성공장 부지에 짓든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안양시의회, 안양시 민원게시판에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호계초등학교 엄마모임도 아이들의 생명권과 교육환경권을 사수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안양시는 2021년 9월 사업시행자를 통해 미래전파공학연구소와 대한설비공학회에 데이터센터 유해 검증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에서는 전자파 발생뿐 아니라 소음 발생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들은 "용역 결과는 주민들의 고통을 무시한, 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일 뿐이다.
우리는 신뢰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지속되자 안양시의회도 관심을 두고 중재 및 갈등 해결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서안양변전소에서 관양동 엘지유플러스 데이터센터까지 특고압 지중선로 공사와 관련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전자파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자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안양시의회는 지난해 말 시의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고 사업시행자와 안양시청 등으로부터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받았다.
이 자리에서 에브리쇼는 효성아파트에 최신 브랜드 '해링턴 플레이스' 도입, 놀이터 시설 최신으로 업그레이드, 아파트 앞 도로 확장, 효성아파트 방향으로 녹지공간 조성, 사업부지 내 주차장 아파트 주민에게 제공 등을 제안했다.
설명회에서 호계동을 지역구로 둔 조지영 시의원은 "효성아파트 주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 없이는 데이터센터 건립은 절대로 불가하다"며 "기업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주민 입장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현 시의원도 "에브리쇼가 법적 기준이라는 말로 주민들의 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법적 기준은 최소한을 의미한다"며 "주민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브리쇼는 "데이터센터를 유해시설로 오인되는 것이 약간 유감스럽다"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브리쇼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파트와 사업부지 내 데이터센터 건물까지의 거리를 당초 50m에서 60m로 멀리 떨어뜨릴 계획"이라면서 "자주 주민들을 찾아뵙고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만간 주민 반대의견에 대한 조치계획을 안양시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른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센터 건립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안양시는 지난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에브리쇼가 제안한 지구단위계획 제안에 대해 주민공람을 진행했고, 공람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의견 600여 건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시는 에브리쇼에 이런 주민 반대 의견에 대한 조치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에브리쇼에서 조치계획을 보내오면 검토해 도시·건축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부지 앞 효성아파트 주민들 비대위 결성…"소음·전자파 위험"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18층 이상 높이 데이터센터 목숨 걸고 사수하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호계효성아파트 외벽에는 이런 내용의 큼직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또 '데이터센터 결사반대'라는 글이 적힌 노란색 작은 현수막이 각 세대 베란다마다 내걸렸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2021년 6월 아파트 앞 1만2천627㎡ 부지에 효성그룹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2년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효성그룹이 섬유 사업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보유한 호계동 창고 부지에 '호계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 건립은 효성중공업이 맡고 있는데 효성중공업의 지분을 40% 보유한 효성그룹 관계사 에브리쇼가 2021년 6월 안양시에 높이 62m,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입안을 제안했다.
안양시는 입안 제안에 대해 관련 부서 협의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파트 앞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호계효성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데이터센터 부지와 효성아파트 101동은 10m가 조금 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고, 아파트 높이는 데이터센터 시설 높이보다 1m 낮은 61m로 파악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성이 클 뿐 아니라 센터 옥상에 설치될 냉각탑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 때문에 정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효성아파트와 데이터센터 경계 부지까지 이격거리가 매우 짧은데다 아파트보다 높은 시설이 건립될 경우 일조권·조망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주민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또 데이터센터 부지에서 164m 떨어진 곳에 호계초등학교가 있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오염 물질 배출 시설 건립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안양시에 요구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인 아파트 주민 노국천 씨는 "지금도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 효성안양공장에서 연기와 분진이 계속 배출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아파트 코앞에 대형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오면 우리 주민들은 그런 환경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면서 "아파트와 수백m 떨어진 효성공장 부지에 짓든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안양시의회, 안양시 민원게시판에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호계초등학교 엄마모임도 아이들의 생명권과 교육환경권을 사수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안양시는 2021년 9월 사업시행자를 통해 미래전파공학연구소와 대한설비공학회에 데이터센터 유해 검증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에서는 전자파 발생뿐 아니라 소음 발생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들은 "용역 결과는 주민들의 고통을 무시한, 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일 뿐이다.
우리는 신뢰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지속되자 안양시의회도 관심을 두고 중재 및 갈등 해결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서안양변전소에서 관양동 엘지유플러스 데이터센터까지 특고압 지중선로 공사와 관련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전자파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자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안양시의회는 지난해 말 시의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고 사업시행자와 안양시청 등으로부터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받았다.
이 자리에서 에브리쇼는 효성아파트에 최신 브랜드 '해링턴 플레이스' 도입, 놀이터 시설 최신으로 업그레이드, 아파트 앞 도로 확장, 효성아파트 방향으로 녹지공간 조성, 사업부지 내 주차장 아파트 주민에게 제공 등을 제안했다.
설명회에서 호계동을 지역구로 둔 조지영 시의원은 "효성아파트 주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 없이는 데이터센터 건립은 절대로 불가하다"며 "기업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주민 입장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현 시의원도 "에브리쇼가 법적 기준이라는 말로 주민들의 의견을 반박하고 있지만, 법적 기준은 최소한을 의미한다"며 "주민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브리쇼는 "데이터센터를 유해시설로 오인되는 것이 약간 유감스럽다"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브리쇼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파트와 사업부지 내 데이터센터 건물까지의 거리를 당초 50m에서 60m로 멀리 떨어뜨릴 계획"이라면서 "자주 주민들을 찾아뵙고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만간 주민 반대의견에 대한 조치계획을 안양시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른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센터 건립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안양시는 지난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에브리쇼가 제안한 지구단위계획 제안에 대해 주민공람을 진행했고, 공람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의견 600여 건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시는 에브리쇼에 이런 주민 반대 의견에 대한 조치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에브리쇼에서 조치계획을 보내오면 검토해 도시·건축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