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채권·배당·GARP…계묘년 변동성 장세 이길 세가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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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임인년(壬寅年)을 뒤로 하고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통화긴축으로 주식과 채권은 물론이고 부동산과 가상자산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대다수의 시장 투자자들에게 이례적인 상흔을 남겼다. 말 그대로 호랑이의 해에 이른바 호환(虎患)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미국 연준이 연간 425bp라는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주 요인인 인플레이션은 아직도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나 코로나 이전 시절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호랑이 굴을 나왔지만 매우 가깝게 들리는 맹수의 포효 소리가 다 지나간 위험은 아니니 경계감을 거두기는 아직은 이르다고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 재상 맹상군의 일화로 잘 알려진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성어처럼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위험에 대처하는 영리한 토끼의 지혜가 필요한 한해가 시작되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작년 후반부에 정점을 찍은 듯한 모습을 보인 인플레이션 지표에 힘입어 자산시장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요 경제연구소와 및 금융기관들의 연간 시장 전망을 살펴보면 상당수는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인상을 멈추고 관망세로 전환하며, 고금리의 여파로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을 수는 있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금리인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연준의 피봇(Pivot) 기대도 점차 가시화되어 가는 경로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불안과 기대가 혼재된 피할 수 없는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올해도 투자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투자선택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 놓고 있다.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가지 투자전략이 통로의 입구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투자대상은 채권이다. 지난해 발빠른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채권투자금액이 무려 2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뉴노멀 시대에 외면받았던 채권이 최근 십수년간 보지 못했던 금리 수준을 회복하면서 핵심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채금리로 대변되는 채권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채권을 통한 세 가지 방향의 수익원에 대한 기회의 문은 크게 열려 있다.
일단, 만기보유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 자체가 최근 1년새 눈에 띄게 상승했다. 국공채와 같은 초우량채권이라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높은 수준의 예측가능한 확정수익을 제공한다. 둘째, 기준금리 인상사이클이 멈추면 장기금리가 하향안정화되면서 금리하락에 의한 시세차익 형태의 수익기회가 더해질 수 있다. 더군다나 금투세 시행이 2025년으로 2년간 유예되면서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절세효과도 당분간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투자등급 중심의 신용회사채 또한 국채금리 안정화 다음 차례의 채권수익처로 기대되는 투자대안이다. 지난해 부동산 PF 우려로 신용위험을 기피하면서 지금은 회사채 가산금리가 크게 벌어져 있지만, 위험자산이 반등하는 국면에서 우량 신용회사채 역시 절대금리와 시세차익 측면의 매력이 동반 회복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눈여겨볼 투자대상은 우량 배당주 등의 인컴형 자산이다.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가져다 주는 재무적 활용도와 안도감은 인컴형 자산이 지닌 큰 장점이다. 규칙적인 현금의 유입은 분할매수나 생활자금의 재원이 되기도 하며 공포구간에서의 성급한 매도나 상승장에서의 무분별한 추격매수를 막는 심리적인 완충 효과도 있다. 지난 과거 30년간 S&P500 총수익지수의 장기누적성과 중 절반이 배당재투자에 의한 수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과 같이 오랜기간 빠짐없이 배당을 증가시켜온 우량 퀄리티 기업들이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변동성 환경에서 뚜렷한 상대적 성과우위를 보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로 투자시계를 넓혀 접근해야할 대상으로는 장기성장 테마가 있다. 지난해 초저금리 시대가 문을 닫으면서 빅테크를 비롯한 성장주식들은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한해동안 30% 이상 폭락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장기성장동력이 담보된 기술혁신 테마는 오히려 상승여력 대비 저렴해진 투자기회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로봇자동화, 친환경 혁신기술 등은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기성장 테마이다. 맥킨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로보틱스 산업이 무려 연평균 2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 또한 미국 IRA 법안 등 전세계가 추진하는 탈탄소화 정책의 장기수혜가 기대되는 분야이다. 성장테마가 가치평가 변수인 할인율에 민감하기 때문에 통화긴축의 변동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분할매수와 적립식투자 등으로 합리적 가격의 성장주(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를 포트폴리오에 담아가는 전략은 회복기를 대비하는 든든한 보험과도 같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토끼는 빠르고 영민했지만 이른 성취감에 도취되어 자만심에 빠지는 우(愚)를 범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비상이 걸린 자산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은 그래서 또한 중요하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변화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멀리 길게 보는 안목으로 맥락에 맞는 투자선택지를 활용해 보자. 잘 준비된 계묘년 교토삼굴의 끝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어두운 터널의 해방구를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마켓리더의 시각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상품전략팀장
임인년(壬寅年)을 뒤로 하고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통화긴축으로 주식과 채권은 물론이고 부동산과 가상자산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대다수의 시장 투자자들에게 이례적인 상흔을 남겼다. 말 그대로 호랑이의 해에 이른바 호환(虎患)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미국 연준이 연간 425bp라는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주 요인인 인플레이션은 아직도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나 코로나 이전 시절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호랑이 굴을 나왔지만 매우 가깝게 들리는 맹수의 포효 소리가 다 지나간 위험은 아니니 경계감을 거두기는 아직은 이르다고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 재상 맹상군의 일화로 잘 알려진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성어처럼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위험에 대처하는 영리한 토끼의 지혜가 필요한 한해가 시작되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작년 후반부에 정점을 찍은 듯한 모습을 보인 인플레이션 지표에 힘입어 자산시장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요 경제연구소와 및 금융기관들의 연간 시장 전망을 살펴보면 상당수는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인상을 멈추고 관망세로 전환하며, 고금리의 여파로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을 수는 있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금리인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연준의 피봇(Pivot) 기대도 점차 가시화되어 가는 경로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불안과 기대가 혼재된 피할 수 없는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올해도 투자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투자선택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 놓고 있다.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가지 투자전략이 통로의 입구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투자대상은 채권이다. 지난해 발빠른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채권투자금액이 무려 2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뉴노멀 시대에 외면받았던 채권이 최근 십수년간 보지 못했던 금리 수준을 회복하면서 핵심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채금리로 대변되는 채권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채권을 통한 세 가지 방향의 수익원에 대한 기회의 문은 크게 열려 있다.
일단, 만기보유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 자체가 최근 1년새 눈에 띄게 상승했다. 국공채와 같은 초우량채권이라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높은 수준의 예측가능한 확정수익을 제공한다. 둘째, 기준금리 인상사이클이 멈추면 장기금리가 하향안정화되면서 금리하락에 의한 시세차익 형태의 수익기회가 더해질 수 있다. 더군다나 금투세 시행이 2025년으로 2년간 유예되면서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절세효과도 당분간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투자등급 중심의 신용회사채 또한 국채금리 안정화 다음 차례의 채권수익처로 기대되는 투자대안이다. 지난해 부동산 PF 우려로 신용위험을 기피하면서 지금은 회사채 가산금리가 크게 벌어져 있지만, 위험자산이 반등하는 국면에서 우량 신용회사채 역시 절대금리와 시세차익 측면의 매력이 동반 회복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눈여겨볼 투자대상은 우량 배당주 등의 인컴형 자산이다.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가져다 주는 재무적 활용도와 안도감은 인컴형 자산이 지닌 큰 장점이다. 규칙적인 현금의 유입은 분할매수나 생활자금의 재원이 되기도 하며 공포구간에서의 성급한 매도나 상승장에서의 무분별한 추격매수를 막는 심리적인 완충 효과도 있다. 지난 과거 30년간 S&P500 총수익지수의 장기누적성과 중 절반이 배당재투자에 의한 수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과 같이 오랜기간 빠짐없이 배당을 증가시켜온 우량 퀄리티 기업들이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변동성 환경에서 뚜렷한 상대적 성과우위를 보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로 투자시계를 넓혀 접근해야할 대상으로는 장기성장 테마가 있다. 지난해 초저금리 시대가 문을 닫으면서 빅테크를 비롯한 성장주식들은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한해동안 30% 이상 폭락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장기성장동력이 담보된 기술혁신 테마는 오히려 상승여력 대비 저렴해진 투자기회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로봇자동화, 친환경 혁신기술 등은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기성장 테마이다. 맥킨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로보틱스 산업이 무려 연평균 2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 또한 미국 IRA 법안 등 전세계가 추진하는 탈탄소화 정책의 장기수혜가 기대되는 분야이다. 성장테마가 가치평가 변수인 할인율에 민감하기 때문에 통화긴축의 변동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분할매수와 적립식투자 등으로 합리적 가격의 성장주(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를 포트폴리오에 담아가는 전략은 회복기를 대비하는 든든한 보험과도 같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토끼는 빠르고 영민했지만 이른 성취감에 도취되어 자만심에 빠지는 우(愚)를 범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비상이 걸린 자산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은 그래서 또한 중요하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변화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멀리 길게 보는 안목으로 맥락에 맞는 투자선택지를 활용해 보자. 잘 준비된 계묘년 교토삼굴의 끝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어두운 터널의 해방구를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