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지지자들, 한때 의회·대법·대통령궁 점거
경찰, 8일 오후 늦게 정부기관 등 '통제권 회복' 진압 완료
브라질판 '1·6 의회 폭동사태', 당국 진압 수순…400여명 체포
8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의회·대법원·대통령궁, 정부청사 등에 난입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대통령의 지지자 400여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시위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승리한 작년 10월 대선 결과에 불복,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집권과 군사 쿠데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취임 1주만에 소요사태를 맞은 루이스 룰라 대통령은 소요 가담자들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면서 이달 말까지 이번 사태에 연방정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장 영상을 보면 대통령궁 내부 사무실이 파괴되고 대법원 청사의 유리창이 깨져 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로이터가 배포한 영상에 따르면 이날 당국은 시위대와 충돌했으며 최루탄도 썼다.

시위 참가자들 중 다수는 노랑과 초록 옷을 입고 있었다.

최근 수년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런 색 배치를 즐겨 사용해 왔다.

정부청사 등에 대한 당국과 경찰의 진압 완료는 8일 저녁께가 돼서야 이뤄졌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소요 가담자들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찾아내서 엄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보장하지만 사람들이 기관들을 존중할 것도 요구한다"며 "오늘 그들이 한 짓은 나라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판 '1·6 의회 폭동사태', 당국 진압 수순…400여명 체포
룰라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이 이런 행위를 독려하는 연설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는 점을 여러분들도 알 것"이라며 "이는 또한 그의 책임이며, 그를 지지한 정당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날 트윗으로 "브라질의 현직 행정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며 자신은 임기 내내 헌법의 테두리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에 따른 형식을 준수하면서 열리는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것처럼, 그리고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동을 일으킨 극렬 지지자들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보우소나루의 소속 정당인 극우파 '자유당'의 발데마르 코스타 네토 대표 역시 "오늘은 브라질 국민에게 슬픈 날이다", "(폭동 가담자들이) 보우소나루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폭동 가담자들과 거리를 두려고 시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경찰은 8일 저녁 정부 본청사 단지에 대한 진압을 완료, 통제권을 다시 확보했다.

FT는 일요일인 8일 벌어진 소요 당시 정부 청사에 사람이 없었고 의회도 회기중이 아니었긴 하지만, 이번 난입 사태로 브라질의 정치적·사법적 기관들에 대한 보안에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또 룰라 대통령이 1주 전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취임했으나 보우소나루의 극렬 지지자들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게 되면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FT는 설명했다.

브라질 방송사 TV 글로부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소요 사태 당시 상파울루주의 홍수 피해 지역을 시찰중이었으며, 수도로 귀환해 소요가 발생했던 현장을 8일 밤 늦은 시간에 둘러봤다.

브라질판 '1·6 의회 폭동사태', 당국 진압 수순…400여명 체포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관구의 행정수장 이바네이스 호샤는 시위와 시설 난입에 가담한 4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질서 회복을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테러행위"로 규정했다.

호샤는 이날 수도 치안 책임자 안데르송 토레스를 면직했다.

미국 뉴스채널 CNN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검찰은 토레스 등이 폭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대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토레스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 공안 총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에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직이던 작년 대통령선거전 여론조사에서 뒤처지자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며 선거 부정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여러 차례 선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작년 10월 대선에서 지고 나서도 패배를 시인한 적이 없으며, 작년 말에 가족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가서 체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