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저출산·고령화가 낳은 필연"...우리도 가능할까? [전민정의 출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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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할 사람이 없다"…'정년=만 60세 명제'가 무색한 시대
앞으로 불과 2년여 후, 2025년이되면 우리나라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땐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인 25~49세가 2017년과 비교해 172만명 줄지만 65세 이상은 344만명이나 늘어납니다.
즉,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 하는 시대는 끝나고 일할 사람이 없어 뽑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만 60세' 입니다. 고령인구는 급증하고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는 상황에서, 재정고갈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마저 67세 이상으로 늦추는 방안까지 검토되면서 '정년=만 60세'라는 명제가 이젠 무색해졌습니다.
● '정년 연장' 포함한 '계속 고용' 논의 공론화…'한국형 제도' 도입 목소리도
사실 그동안 '정년 연장' 논의는 금기시 돼 왔습니다.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하지만 일할 사람 자체가 부족해진 데다, 실질임금 감소와 구직자의 눈높이 상향 등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청년층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정년 연장'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개혁' 과제와 맞물려 정년연장 논의는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법적 정년 연장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더 큰 범주인 '계속고용'이라는 아젠다를 통해서 말이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연장, 계속고용, 재취업 등 고령자의 계속고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발굴한 전문가 그룹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권고문을 통해 "60세 이상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지난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60세 이후에도 정년 폐지나 연장, 재고용을 통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 정부, 기업에 주는 계속고용장려금 규모 대폭 확대…정책적 뒷받침 사실 정부는 이미 '계속고용' 정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고용제도'를 통해서 말이죠.
계속고용제도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근거하고 있는 제도로, 정년을 운영 중인 사업주가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정년의 변경 없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년연장(1년 이상) 뿐만 아니라 정년 폐지, 정년 퇴직자의 재고용(퇴직 후 6개월 이내, 1년 이상 근로계약 체결) 등 형태는 다양한데, 회사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장년층의 고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2020년부터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도 새로 만들었는데요.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계속고용된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씩, 최대 2년간 7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때 고용지원금을 받으려면 취업 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정년 연장 또는 폐지, 정년의 변경 없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퇴직 후 6개월 이내 재고용한다는 규정을 명시해야 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한 사업장의 60~64세 근로자 비율이 지급 전보다 5.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정부는 이 제도의 장년층·고령층 고용 효과가 높다고 보고, 계속고용장려금 규모를 올해 108억원에서 내년 268억원, 60세 이상 근로자 고용을 지원하는 고령자고용지원금은 54억원에서 558억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 청년일자리 감소·임금체계 개편 논란 여전…사회적 합의'가 관건
정부가 정년연장을 포함한 계속고용을 공론화하기로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여전히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냐를 두고 아직 의견이 엇갈립니다.
지난 2012년엔 현대차·기아·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3사 노조가 "노동자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국회 청원을 올리자, MZ세대 직원이 "정년 연장하면 그만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반박하는 글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사건도 있었죠.
한국노총이 국회와 정부에 "법정 정년연장 논의를 위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시급히 마련해달라"고 정책 건의를 할 정도로 노동계는 정년연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정년연장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노사간 이견은 아직 큰 상황입니다.
정년연장을 위해선 연공 중심 호봉제 대신 직무성과급제 도입이 필요하지만 노동계와 일부 근로자들은 직무성과급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노사합의 사항이기 때문에회사마다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이에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도 고용노동 분야의 대표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또는 별도의 논의 기구 등을 통해 다양한 논의 방식을 고민 중입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