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산 그리스도교 묘지 30여기 묘비·십자가 부서져
CCTV에 유대인 복장 범인 2명 찍혀…이스라엘 경찰, 수사 착수
이스라엘 성지 도발 속 예루살렘 기독교인 무덤 무더기 훼손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의 성지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에는 기독교도 무덤이 무더기로 훼손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고 AFP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성공회의 호삼 나움 주교는 "시온산에 있는 그리스도교(Protestant Christian) 공동묘지에 있는 30여 기의 무덤이 훼손됐다.

묘비와 십자가가 부서졌다"며 "실망스럽고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시온산은 예루살렘 구시가를 둘러싼 성벽의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다윗왕의 무덤, 예수 최후의 만찬장, 마가의 다락방, 베드로 통곡교회 등 다양한 유대교 및 기독교 유적이 있다.

묘지 훼손 사실은 3일에 처음 확인됐지만, 실제 훼손 시점은 지난 1일로 확인됐다.

성공회 측이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유대인 복장을 한 2명의 남성이 묘비를 깨뜨리고 묘지 위에 세워진 십자가를 흔들어 뽑는 모습이 담겼다.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범죄 행위의 동기는 기독교도에 대한 종교적 편견과 증오"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3일부터 묘지 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훼손된 묘지들은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성직자와 과학자, 정치인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나움 주교는 "묘지에 안장된 사람 중에는 예루살렘과 이곳 주민들의 삶에 기여한 매우 중요한 인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트위터에 "이런 비도덕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를 저지른 범인들이 기속되어야 한다"고 썼다.

앞서 이스라엘 기독교 지도자들은 지난 2021년 기독교도들이 과격한 급진 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3일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성전산(예루살렘 성지의 이스라엘 측 호칭)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성지 경내에서 금지된 유대교도의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아랍권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촉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