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시장에서 경쟁하던 스타 매니저들이 공모펀드 시장에서 격돌한다. VIP자산운용, DS자산운용, 더제이자산운용(옛 J&J자산운용) 등 주요 사모운용사가 공모 인가를 받으면서다. 고액 자산가만 돈을 맡길 수 있던 인기 펀드에 일반 투자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되며 펀드 시장이 활력을 띨 전망이다.

3년 만에 공모전환 열풍

"강남 큰손 투자 상품 온다"…사모운용사 '공모펀드 대전'
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 DS자산운용, 더제이자산운용은 작년 하반기 금융위원회로부터 집합투자업(공모펀드) 인가를 승인받았다. 주식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공모 인가를 받은 것은 2019년 7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이후 3년 만이다.

이들 운용사는 공모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고액자산가들이 투자하던 상품은 공모 시장에서도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자산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타임폴리오는 2019년 출시한 첫 공모펀드가 1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대히트를 쳤다.

‘가치투자 명가’로 불리는 VIP자산운용은 이르면 다음달 공모펀드를 출시한다. 회사 고유자산을 펀드에 투자해 회사가 함께 책임을 지는 펀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제이자산운용은 ‘1등 기업 투자 철학’을 담은 액티브주식형 펀드를 이르면 이달 선보인다.

‘비상장사 투자 대가’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자산운용은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자사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 펀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주식을 중심으로 하되 비상장 주식을 10~15% 비중으로 담는 상품을 계획 중이다.

타임, 하락장에서 ‘절대수익’

이들 운용사는 3년 동안 공모 시장을 다져온 타임폴리오와 경쟁하게 된다. ‘절대수익’을 투자철학으로 내세우는 타임폴리오는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가 25% 떨어지는 동안 대표 사모펀드 14개가 모두 플러스 수익을 냈다. 14개 펀드의 작년 평균 수익률은 1.3%다.

14개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은 최근 3년 기준 57%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평균 수익률이 19%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타임폴리오는 매니저 수익률에 따라 운용자산을 차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한다”고 말했다.

VIP자산운용은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SMIC) 출신인 최준철·김민국 대표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한다. 김 대표가 운용하는 ‘VIP딥밸류’ 사모펀드는 2020년 3월 설정일부터 작년 말까지 누적 수익률 248%를 기록했다.

더제이자산운용은 대표 사모펀드인 ‘더제이포커스1호’와 ‘더제이파트너롱숏1호’가 2016년 11월 설정 이후 작년 말까지 각각 60%, 135%의 수익을 냈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연기금 자산을 오랜 기간 운용하면서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수익을 냈다.

DS자산운용은 ‘은둔의 고수’로 불리는 장 회장의 존재감이 큰 회사다. ‘흙수저’ 출신으로 1조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일군 장 회장은 아직도 기업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현역 펀드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DS자산운용은 비상장 주식 투자가 주력이지만 최근 상장 주식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