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자격요건 완화·e노동위원회 구축 … 중노위 확 바뀐다
"대안적 분쟁해결 기법을 권리분쟁 판정에 적극적으로 접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겠다. e노동위원회를 구축해 노동위원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사건관련 정보를 편리하게 찾도록 하겠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2023년 계묘년 신년사의 일부입니다. 주요 언론에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향후 중노위가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바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해 11월29일 취임한 김 위원장은 이제 겨우 한달여 업무를 수행했지만, 그간 중노위가 보여온 관행을 상당 부분 바꾸고 있다는 게 중노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신년사에서도 밝힌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와 e노동위원회 시스템 구축입니다.

대안적 분쟁해결이란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재를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노동위원회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공익위원 전문가 풀, 즉 중재 전문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올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에서 보듯이 파업이나 고소·고발에 의한 분쟁 해결은 당사자 쌍방 모두에게 피해가 크고, 분쟁이 끝난 이후에도 관계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현재 중앙과 지방을 합쳐 활동 중인 공익위원은 총 724명입니다. 교수가 285명, 법조인 270명, 공인노무사 28명, 전 고용노동부 공무원 49명, 기타 74명 등입니다. 공익위원 자격요건은 중노위 기준 △노동관련 전공자로 부교수 이상 △법조인 경력 7년 이상 △2급이상 공직자 △노동관련 업무 15년 이상 등입니다. 김 위원장은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노동 갈등 양상을 반영해 공익위원 자격요건을 완화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중재 전문가를 위촉한다는 계획입니다.

노동위원회 '문턱'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e노동위원회 시스템도 구축될 예정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기업은 물론 개인 간에도 화상회의가 자연스러워졌지만 노동위원회에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심판·조정 사건 당사자나 담당 공익위원이라면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참석해야 했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원격영상심문회의는 물론 전자송달 시스템도 구축됩니다. 온라인 전자문서 제출 등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원거리에서 참석하는 당사자 편의 확대를 위해 화상 심문회의 시스템도 곧 구축하겠다는 게 중노위의 계획입니다. 물론 기록문서 전자화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방안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은 1996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01년에는 국내 최초로 분쟁해결연구센터를 설립, 갈등 발생과 해결에 관한 연구와 실무를 주도하면서 후학을 양성했던 국내 대표적인 분쟁해결 전문가입니다.

일각에서는 중노위가 정권에 따라 이념성을 강하게 보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를 시스템으로 극복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입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