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학계 교류 제한,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계속될 듯"
"시진핑 치하 중국에선 학계 의견 표명·교류 어려워"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학계에 대한 규제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 지식인들에게 규제는 코로나19 팬데믹 훨씬 이전에 시작됐고,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래 중국 학자와 사상가가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거나 교류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특히 당과 상충하는 이들이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저명 경제학자 성훙은 2018년 여름 경제학의 첨단 분야인 복잡계 경제학에 관한 패널 토론회를 주최했다.

그러나 그와 패널들은 반나절 동안 두 차례나 토론회 장소에서 쫓겨났고 결국 길바닥 위에서 토론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 얼마 후 그가 미국 하버드대 콘퍼런스 참가차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당국은 그의 여행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출국을 저지했다.

당시 그는 중국 시장주의 싱크탱크 '텐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었으나, 26년 역사의 해당 연구소는 2020년 당국의 압박에 문을 닫았다.

중국 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방역을 이유로 대면 행사와 국제 교류를 제한했지만, 성훙은 자신이 겪은 일은 팬데믹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출국하고자 할 때"라며 "학회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공항에서 출국 금지를 당하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문적 발전이나 문화적 다양성, 일반 대중의 지식은 정체될 운명에 처했다"며 "대중은 더는 중립적 정보 환경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SCMP는 "시 주석은 2012년 집권한 이래 중국의 지적, 이념적 관점을 재구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지난 10년간 중국의 이념적 지형이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발전을 이룩했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이 진행한 프로젝트는 당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견해를 펼치는 공간과 플랫폼을 없애고 당이 선호하는 가치와 내러티브로 대중 담론을 채우는 것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자들은 대학들이 사회과학 분야 교수를 평가할 때 당의 이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학생 정보원이나 당국이 보낸 조사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광저우에 있는 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류모 씨는 학과 회의 때마다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아야 할 7가지에 대해 강조한다고 말했다.

보편적 가치와 언론의 자유, 시민의 권리 등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대학 강의에서 금기시돼온 주제들이다.

류씨는 "우리는 강의실에서 자기 검열을 해야 하고 학생 정보원을 포함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에 너무 빠져들지 않으면서 여성 작가에 대해 다뤄야 하고, 가능한 한 기독교의 세부 사항에 대해 적게 다루면서 단테의 '신곡'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한 정치학자는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이러한 제한은 해당 분야에서 중국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을 가로막아 발전을 못 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광둥성에 있는 한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는 리모 씨는 "어떤 과목을 가르치든 '시진핑 사상'과의 연결고리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일에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쏟다 보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돼버린다.

국제 학문 토론을 수행하거나 사회적 화제를 다루는 등 진짜 학자가 해야 할 어떤 일도 못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은 2017년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편입됐으며, 2018년에는 중국 헌법에도 추가됐다.

리씨는 또한 중국 학자들은 다양한 마르크스주의 학교와 대학 과정을 중심으로 정치적 세뇌에 근거한 시스템 아래에서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현재 중국 대학들에는 1천400여개의 마르크스주의 학교가 둥지를 틀고 있다.

종합대학뿐만 아니라 의과대, 예술대 등에도 들어섰다.

리씨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외국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융녠 홍콩중문대 교수는 "사상가는 육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관대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것"이라며 "중국은 현재 출간되는 논문의 수는 많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적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