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대기업 총수 지정 필요"…"조직 개편 가급적 빨리"
연합뉴스 인터뷰…"대형마트 규제 개선 의미 있어…올해는 알뜰폰·IoT"
공정위원장 "화물연대, 공정거래법 적용 조사대상…선례도 있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 조사와 관련해 "화물연대 등에 대한 과거 조사 사례를 볼 때 (이번 건도)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된다고 봤기에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정위는 현행법 해석상 화물연대나 건설노조 소속 구성원을 사업자로 보고 계속 조사해왔다"며 "현행법 아래에서는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을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등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사업자를 규율하는 법률인 공정거래법을 노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지적도 나왔는데, 한 위원장이 과거 조사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화물연대 사건도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조사할 사안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인 화물 기사나 건설기계 종사자도 사업자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공정위는 2019년에도 화물연대 지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여부를 조사했으나 무혐의로 종결했고, 건설노조 지역 건설기계지부에 대해서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1억원 제재를 부과했다.

한 위원장은 "(특고 노조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는 부분은 잘 알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예방하기 위해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건 입법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특고 노조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면 공정위도 성실히 참여해 저희 입장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원회의 의장을 맡는 공정위원장이 화물연대 파업 조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브리핑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과거 사례에 기초해 이번 사건도 조사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며 조사 방향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예단하는 말을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원장은 전원회의 의장 역할도 하지만 공정위 수장으로서 정책 방향이나 법 집행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도 한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 지시도 할 수 있다"며 "다만 개별 사건의 조사 방향이나 결과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원장 "화물연대, 공정거래법 적용 조사대상…선례도 있어"
한 위원장은 외국인을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하기 위한 제도 개편을 재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지금은 외국인 총수 지정을 위한 마땅한 근거가 없어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대기업 총수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을 가진 동일인 2·3세도 늘고 있어 대기업집단 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고려하면 외국인 동일인 제도와 관련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통상 이슈 등이 있어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계속 긴밀히 협의 중이고 협의가 마무리되면 추진 방안,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제도 보완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고발 기준 마련을 위해 그간의 심결례와 사법당국의 기소·판결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고발 지침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조사와 정책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은 올해 굉장히 중요한 공정위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는 한 부서 안에서 소관 법률에 관한 정책 수립과 법 위반 단속을 같이하는 구조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 업무에 대응하다 보면 개별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위원장은 "조사와 정책이 분리되면 조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책임성,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며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친 조직 개편의 구체적 내용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데 대통령 지시 사항이기도 한 만큼 협의를 마치는 대로 가급적 빨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사국이 분리되면 검찰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조직 개편은 검찰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법 집행 시스템 개선과 관련해선 "조사 편의를 위해 준법 경영 담당 부서의 자료를 우선 조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조사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 내 준법 경영 부서는 법적 쟁점에 대해 로펌에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활동이 추후 '위법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강행했다'는 근거로 쓰이면 오히려 기업 내부적인 준법 노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공정위원장 "화물연대, 공정거래법 적용 조사대상…선례도 있어"
한 위원장은 최근 정부와 소상공인 협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을 위해 상생 협약을 맺은 데 대해 "시장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상생 기반하에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공정위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영업 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까지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전통시장 보호 등 당초 제도 취지와 거리가 멀고, 오히려 쿠팡·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을 제공하는 온라인 유통 공룡과의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며 규제 개선에 앞장섰다.

한 위원장은 "실제 법 개정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해 나가겠다"며 "올해는 알뜰폰,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 제한적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