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팔아서 번 돈을 이웃돕기에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 전교생이 14명인 전북 부안군 백련초등학교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면 교내에 있는 닭장에 달걀을 가지러 간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달걀을 조심스레 꺼내고 계란판에 옮겨 잘 보관한다.
달걀도 챙기지만, 닭들이 족제비나 너구리의 공격에 상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도 학생들의 임무 중 하나다.
지난해 교무교사인 고동호 선생님과 함께 손수 만든 닭장은 어느덧 이 학교의 자랑이 됐다.
외부 동물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복층으로 고안된 닭장은 닭의 안전과 달걀 수거의 편리함까지 갖춘 '첨단장비'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닭장을 만든 첫해에는 학교 인근 산에서 내려온 야생동물과 쥐들의 공격으로 닭들이 많이 폐사해 보완했다.
교내에 있는 닭장은 모두 4개로 유치원,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나눠서 관리한다.
학생들은 달걀은 잘 모아서 외부 손님들이 견학을 오거나 교내 바자회 때 판매해 수익금도 얻고 있다.
가격은 30개들이 한판에 1만원. 아이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백련초 학생들은 이렇게 모은 수익금 48만6천원을 부안군 근농인재육성재단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고동호 교사는 "학생 수가 적은 학교 특성상 아이들하고 같이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해보니까 닭을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닭 사육을 시작했다"면서 "닭을 기르고, 달걀도 직접 수거해 보고, 또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 다시 기부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교육이 된 것 같다"고 닭을 기르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현재 백련초에 다니는 학생은 유치원생 5명, 초등학생 9명으로 14명이 전부다.
2024년이 되면 마을 인근 초등학교와 통폐합될 예정이기 때문에 정든 닭들과의 생활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장미(6학년) 학생은 "직접 닭을 돌보고, 또 달걀로 돈도 벌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언제까지 닭을 키울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남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