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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천재지변 아닌데…금감원 "고정금리 일방인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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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신협, 대출자들에 고정금리 인상 일방 통보
    당국 "국제기구 긴급자금 요청 등 비상시에만 쓸 수 있는 카드"
    외환위기·천재지변 아닌데…금감원 "고정금리 일방인상 안돼"
    최근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이유로 대출자들에게 고정금리 상향조정을 일방 통보하자 금융당국이 이 같은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지침을 전 금융권에 내렸다.

    신협이 이번 '고정금리 인상'의 근거로 든 여신거래기본약관이 전 금융권에 공통 적용되고 있어 향후 추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을 비롯해 대출 취급 전 금융권에 "최근의 급격한 금리 변동은 고정금리 인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해석을 전파했다.

    앞서 청주 상당신용협동조합은 최근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대출금리 변경 안내문'을 보내 "부득이하게 고정금리로 사용하는 대출금에 대해 연 2.5%에서 연 4.5%로 금리를 변경하게 됐다"고 안내했다.

    신협은 대출금리 변경 근거로 여신거래기본약관 3조 3항을 들었다.

    여신거래기본약관 3조 3항은 '국가 경제·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으로 계약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 변경이 생긴 때에는 채무자에 대한 개별통지로 이자율을 인상·인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협은 최근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 약관상 '현저한 사정 변경이 생긴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청주 상당신용협동조합은 안내문에 "미국의 긴축적 통화 정책이 본격화하고 인플레이션 증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각국의 긴축 등으로 글로벌 증시에 대한 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75%부터 인상을 시작해 현재 3.25%까지 인상됐다"며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5.0%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0%대에 육박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동양카드는 고정금리를 연 15%에서 24%로 인상했던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대출자들이 고정금리 인상 조치가 부당하다며 동양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금리변경권 약정은 금리 결정 방식을 보완해 예측하기 곤란한 경제 사정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양카드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최근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 같은 국가 비상 상황이나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지역 신협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자의적 인상이며 다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라며 금리 인상 조치를 원상 복구하도록 지도했다.

    금감원은 여신거래기본약관에 대해 "만기 도래 이전 고정금리 인상은 천재지변, 외환 유동성 위기 등과 같은 제한적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 기조만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석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제한적 상황' 예시로 국가의 외환 유동성 위기 등으로 국제기구에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하락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모든 금융회사에 해당 여신거래기본약관을 근거로 고정금리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금감원은 최근 금리가 워낙 빠르게 오르자 2금융권의 역마진 발생 및 리스크 증가 우려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지역 신협과 농협은 최근에도 수신 경쟁 속에 고금리 특판을 팔았다가 과도한 자금이 몰리자 "조합이 파산하지 않도록 해지해달라"며 읍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이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이 있고, 금융당국도 밀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고정 금리를 만기 전 갑자기 올리는 것은 특별한 비상시에만 불가피하게 쓸 수 있는 카드"라며 "다른 방식으로도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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