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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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 급구(급히 구매)합니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에선 최근 이처럼 생크림 구매처를 구하는 문의가 수시로 올라온다. 생크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서다. 각종 모임이나 기념일이 몰린 연말 시즌 케이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생크림 수요가 크게 느는데, 유업체들 공급이 달려 소규모 카페나 개인 빵집은 생크림을 못구해 제품 판매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는 생크림 제품이 대부분 품절된 상태다. 마켓컬리와 SSG닷컴 등에서는 생크림이 입고되자마자 동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쿠팡에서도 직매입해 ‘로켓배송’으로 판매하는 생크림은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생크림은 평소 500mL에 5000~6000원대였으나 지금은 2만원대로 4배가량 뛰었다.

생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한 탈지분유를 생산할 때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든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유제품 소비량이 줄어드는 탓에 탈지분유 재고가 쌓이자 유업체들은 생크림 생산량을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 생크림 대란이 가장 심한 시기가 연말이다. 생크림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이때만 되면 케이크 주문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네 빵집이나 개인 디저트 카페 등 소규모 개인 자영업자들이 생크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업체와 연간 납품계약을 맺는 프랜차이즈나 호텔과는 상황이 다르다. 소규모 업장의 경우 중간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소량으로 납품받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들.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 씨(33)는 이달 들어 생크림 대란을 겪고 있다. 며칠 전에는 식재료 공급업체로부터 '당분간 생크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물량이 달린다며 주문량보다 적게 생크림이 납품돼 난감해 하던 차에 아예 생크림을 공급할 수 없다는 통보까지 받은 것.

때문에 김씨는 하는 수 없이 아침마다 마트나 식자재 업체를 돌아다니며 ‘생크림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을 하는 형편이다. 그는 “인근 마트에도 아예 생크림이 안들어오는 상황이라 경기도까지 나가서 생크림을 구해오기도 했다”면서 “가뜩이나 생크림은 유통기한이 짧아 한꺼번에 많이 사서 쌓아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경기 분당에서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모 씨(32)도 연말 특수를 못 누린다며 울상을 지었다. 크리스마스부터 연말 연초까지 케이크 대목이지만 12월 중순 이후부터는 생크림 구하기에 진을 뺐다. 최 씨는 “당장 예약이 들어온 케이크들이 있어 급한 대로 인근 케이크 매장을 돌며 생크림을 나눠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 매일같이 인터넷을 뒤지거나 마트를 돌면서 생크림 찾는 게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생크림 재고가 있는 매장을 실시간 파악, 공동구매 형태로 사서 물건을 나누거나 냉동 생크림·식물성 제품으로 대체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자영업자들은 호소했다. 업계에선 올해 케이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20~30%가량 인상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소규모 개인 빵집이나 카페의 제품 가격이 많이 올라 소형 케이크마저 4만~5만원대인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 박모 씨(42)는 “특급 호텔에서 파는 케이크 가격이 최소 5만~6만원대인데 동네 작은 카페 제품들과도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나 놀랄 때가 많다”며 “케이크 가격이 워낙 뛰어 한 번씩 사 먹기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