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곤충 대멸종 시대' 오나…97%가 사라진 곳까지
곤충은 전체 생물 종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지난 4억 년간 있었던 다섯 번의 집단 멸종도 이겨내고 꿋꿋하게 생존했다. 그런데 최근 곤충이 놀랄 만한 속도로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 덴마크의 한 시골 마을에선 서식하던 곤충의 97%가 사멸했다. 미국 전역에선 호박벌이 사라졌고, 일본에서는 나비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인섹타겟돈>은 지구 생태계 전반에 위협을 가하는 곤충의 위기를 다룬다. 이 같은 곤충 멸종 사태를 가리켜 과학자들은 ‘인섹타겟돈(Insectageddon: Insect+Armageddon)’이라 칭한다. 곤충을 뜻하는 ‘인섹트’와 지구 종말의 ‘아마겟돈’을 합쳐 만든 조어다. 미국 가디언의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올리버 밀먼은 이 현상을 깊이 파헤쳤다.

세계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은 벌, 나비, 파리와 같은 곤충이 일으키는 수분 작용에 의지한다. 그런데 곤충이 사라지면 식량 생산 시스템이 붕괴돼 영양 결핍과 기아 문제가 발생한다. 또 곤충이나 식물을 먹이로 삼는 작은 동물부터 차례로 사라져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곤충의 죽음은 새, 쥐, 개구리 등의 개체 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곤충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아래에서부터 무너져 내린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곤충 멸종을 막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뉴타운 크리크는 중공업 중심지로 오염되고 악취가 심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옥상에 목초지를 마련해 곤충들이 살 수 있게 했고,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가 개선됐다. 저자는 강조한다. “현재 곤충의 위기는 인류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상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곤충을 지키기 위해 그 해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