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우크라 정상 나란히 전방 순시, 장기전 준비 포석"
"2년차 접어드는 우크라 전쟁, 교착 상태 장기화 가능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2년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양측의 교착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순식간에 수도 키이우까지 밀리는 듯했지만, 이내 미국의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등에 업고 대반격에 나서 요충지 헤르손을 포함해 수천㎢ 이상의 영토를 탈환하는 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 등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습으로 전략을 선회한 데 이어 전선에 긴 다중 참호를 설치하며 방어선을 보강해 우크라이나의 추가 진격이 점차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전세가 어느 쪽으로 쉽사리 기울지 않는 팽팽한 대치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나란히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방 순찰에 나선 것도 양측이 장기전 대비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2년차 접어드는 우크라 전쟁, 교착 상태 장기화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의 '특별군사작전' 구역을 방문했다.

20일에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점령지를 거론하며 "국경은 확실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공 군인들을 직접 포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에 질세라 20일 양측의 소모전이 수개월간 이어지는 최격전지 바흐무트를 직접 찾아 군인들을 격려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더 밀고 들어가기보다는 남은 점령지를 지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영토를 더 수복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국방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담당했던 에블린 파르카스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탈환을 위해 공세를 취하는 것보다 방어태세를 갖추는 것이 더 용이해 보인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이에 필요한 물자와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지난 두세 달 사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주요 거점에서 내쫓는 성과를 거둔 데에는 자국군 수천 명이 전사하는 희생과 미국의 한 달 생산량을 넘어서는 분량의 포탄을 일주일 내에 쏟아붓는 물량공세 등 막대한 비용 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년차 접어드는 우크라 전쟁, 교착 상태 장기화 가능성↑"
애초 러시아가 상대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의 정보력에 의존해 러시아군의 허점을 찾아 공격하는 전략으로 크고 작은 승전보를 보내오기는 했으나, 러시아가 군사력을 집중시킨 점령지에서 이들을 단기간에 몰아내기엔 우크라이나군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초반 키이우 장악에 실패하는가 하면 우월한 공군력을 갖고도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해 지상군 전진에 제동에 걸렸고, 일부 장성들이 현장 지휘에 나섰다가 위치가 노출돼 사살당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하지만 잇따른 실수와 오판에서 교훈을 얻은 듯, 지난 10월 세르게이 수로비킨 총사령관 임명 이후 러시아군은 헤르손에서 드니프로강 너머로 퇴각해 진지를 구축하는 등 '전략적 방어'로 빠르게 전환했고 기반시설 집중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에 타격을 입히는 등 지휘체계가 차츰 개선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또한 30만 명의 예비군 동원으로 방어진지를 따라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겨울이 지나면 더 많은 병력 증원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략가 다라 마시코트는 "수로비킨이 참호 연결망과 함께 더 적절한 진지와 검문소 조합을 구축하고 있고 미사일 발사 방식을 포함한 새 공군 전술도 시험 중"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교착 상태로 이어지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년차 접어드는 우크라 전쟁, 교착 상태 장기화 가능성↑"
러·우크라 양측이 종전 협상이 개시되기까지 전선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해 한동안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탄약과 보급품 수급도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개전 후 처음으로 전격 방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한 18억5천만 달러(약 2조3천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얻어낸 것도 주요 전선의 전투가 교착에 빠짐에 따라 장기전을 염두에 둔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교착 상태를 깨고 우위를 확보하려면 앞으로 장갑차, 탱크 등 지상전력은 물론 이에 따르는 각종 부품과 연료 등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