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협회가 배당금 더 가져가나"
대한축구협회 "FIFA 상금 172억원 중 55%인 95억원, 선수들에 지급"
호주·일본, 43∼50% 선수 지급…미국은 남녀 대표팀 상금 합친뒤 90% 선수들에게
[팩트체크] 축구협회가 선수들보다 월드컵 배당금 더 가져간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우리나라 남자 축구대표팀에 쏠린 관심이 선수들이 받을 포상금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대표팀 선수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연 뒤 이튿날 경제단체장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선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축구협회가 배당금(상금)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어 13일 국무회의에선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스타 비즈니스"라며 "그 과정에서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 포상금을 월드컵 상금의 절반에 못 미치게 배분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전한 대다수 언론은 대한축구협회가 16강 진출로 FIFA에서 받는 170억원의 상금 가운데 약 70억원을 선수단에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는 앞선 언론 보도가 대통령 발언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축구협회가 FIFA 상금 중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걸까?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32개국이 본선에 진출한 이번 카타르 월드컵 대회의 총 상금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보다 10% 늘어난 4억4천만달러(약 5천8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FIFA는 상금을 대회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데, 우승국은 4천200만달러(약 554억원), 준우승국 3천만달러(약 396억원), 3위 2천700만달러(약 356억원), 4위 2천500만달러(약 330억원)다.

8강 진출국은 1천700만달러(약 224억원), 16강 진출국은 1천300만달러(약 172억원)를 받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16개국도 900만달러(약 119억원)씩 받는다.

상금은 대회에 참가한 나라의 축구협회에 지급한다.

월드컵에 참가한 주체는 선수 개인이 아니라 각국 축구협회가 운영하는 대표팀이기 때문이다.

주목은 선수 개인이 받을지라도 이들을 발굴·육성하고 그 나라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기울이는 주체는 축구협회라는 취지이기도 하다.

월드컵 상금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따른 배당금이자 보상금인 셈이다.

축구협회가 FIFA에서 받은 상금 가운데 얼마를 출전 선수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얼마를 경기 발전 등에 투자할지 정해진 지침은 없다.

각국 축구협회가 재량껏 판단해 집행한다.

대한축구협회에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16강 진출로 FIFA에서 172억원의 상금을 받는데, 선수들에 대한 포상 기준은 대회가 열리기 6개월 전인 지난 5월 이미 확정됐다.

본선 최종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 26명은 각자 기본 포상금 2천만원에, 승리할 경우 경기마다 3천만원, 무승부는 1천만원을 받고, 16강 진출 시 1억원을 추가로 받기로 돼 있다.

조별 리그에서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올랐으나 8강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의 최종 성적에 정해진 포상 기준을 적용하면 선수 한 명당 포상액은 1억6천만원인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선수 가족들의 대회 참관 지원금으로 선수당 500만원씩을 추가 지급하는 것을 더하면 본선 포상금은 선수 1인당 1억6천500만원이 된다.
[팩트체크] 축구협회가 선수들보다 월드컵 배당금 더 가져간다?
이 밖에 한국 대표팀은 본선 대회에 앞서 지난 3월까지 치른 월드컵 최종예선 10경기에서 7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최종예선전에 출전한 30명의 선수들은 기여도에 따라 각각 4천만원에서 1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예선과 본선 포상금을 합산해 보면 대표팀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월드컵 포상금은 1인당 2억500만∼2억6천500만원이다.

끝으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재로 내놓은 20억원의 포상금은 이와 별개여서, 이것까지 더하면 선수 1인당 포상금은 2억8천100만원∼3억4천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20억원은 본선 출전 선수 26명에게 7천600만원씩 균등 배분하기로 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에는 선수들 외에 파울루 벤투 감독과 6명의 코칭스태프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도 비공개 계약에 따른 포상금을 받지만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상금 가운데 대표팀에 지급하는 전체 포상금 규모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본선 경기 성적에 따른 포상금(62억4천100만원)과 본선 진출 포상금(32억6천만원)을 합쳐 총 95억원이라고 답변했다.

FIFA에서 받는 상금 총액(172억원)의 55.2%에 해당한다.

이 같은 포상금 지급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높은 걸까? 낮은 걸까? 앞서 설명한 대로 월드컵 포상금은 각국 축구협회가 알아서 배분하지만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가 쉽지 않다.

다만 외신 보도를 보면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과 나란히 본선에 진출한 호주 대표팀의 포상금 지급 기준을 파악할 수 있다.

폭스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호주축구협회는 FIFA가 본선 진출 32개국에 공통 지급하는 기본 상금 900만달러 중 40%, 16강 진출에 따른 추가 상금 400만달러 중 50%를 선수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상금에서 선수 포상금 비중을 계산해 보면 43.1%다.
[팩트체크] 축구협회가 선수들보다 월드컵 배당금 더 가져간다?
미국도 이번 대회에서 16강까지 진출해 1천300만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미국축구협회는 남녀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이번 남자 월드컵과 내년에 열릴 2023 여자 월드컵 대회의 상금을 합산한 뒤 그 총액의 45%씩 총 90%를 남녀 대표팀에 배분하기로 했다.

2019년 프랑스 대회까지 여자 월드컵에서 통산 4차례 우승한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내년 대회에서도 우승해 직전 대회와 같은 400만달러의 우승상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남녀 대표팀은 각각 765만달러의 포상금을 배분받게 된다.

결국 미국 남자 대표팀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상금(1천300만달러) 중 최대 58.8%를 받는 셈이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다른 나라의 포상금 배분 사례를 파악한 것이 있느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일본과 호주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FIFA 상금의 50% 안팎으로 파악했다고 답했고, 호주에 대한 설명은 외신 보도 내용과 일치했다.

정리해 보면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출전으로 FIFA에서 받는 상금 172억원 가운데 55%인 95억원을 선수단에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45%인 77억원은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팩트체크] 축구협회가 선수들보다 월드컵 배당금 더 가져간다?
축구협회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예선과 본선 출전 비용으로 79억원을 지출했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축구협회가 선수들보다 월드컵 상금을 더 많이 가져간다고 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수준은 확인된 사례가 적어 판단을 내리긴 힘들다.

적어도 호주나 일본과 비교해 선수들에게 돌아간 상금 비율이 적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