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1개월간 수사 마무리 21명 송치…재판서 책임자들 혐의 부인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절차 지연, 사고 1년 다 되도록 시간 끌기
[아파트붕괴 그 후] ① 책임자 '서로 네 탓'…행정처분은 '차일피일'
[※ 편집자 주 = 새해 벽두 광주에서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났습니다.

사고 당시 무사 생환을 바랐던 작업자 6명은 29일간 사투에 가까운 수색 끝에 잔햇더미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고, 우리 사회는 재발 방지를 다짐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연말이 되기까지 11개월여에 걸친 경찰 수사 마무리에 맞춰 남은 이들의 고통, 책임자 처벌 진행 상황, 안전 대책을 되짚는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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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신축 아파트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실종됐다.

29일간 실종자 수색 끝에 실종자 6명은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사고 책임자를 가리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경찰 수사는 모두 21명을 송치하는 것으로 사고 발생 11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이 중 17명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지만 '네 탓 공방'을 주고받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붕괴사고 현장의 원청인 HDC 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한 행정처분도 초반 강경 대응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아파트붕괴 그 후] ① 책임자 '서로 네 탓'…행정처분은 '차일피일'
◇ 경찰 붕괴사고 관련자 추가 송치…처벌 대상 21명
올해 1월 11일 HDC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하자, 곧장 수사관 89명 규모의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11개월간 수사를 벌인 광주경찰청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해 모두 21명을 사고 관련 처벌 대상자로 결론내렸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 붕괴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1차 수사를 마무리했다.

17명(구속 6명)의 피의자와 법인 4곳을 업무상과실치사·치상, 주택법 위반,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다.

수사당국은 붕괴 원인으로 ▲ 구조검토 없이 데크플레이트와 콘크리트 지지대 설치 ▲ 39층 바닥 타설 시 하부 3개 층 동바리 철거 ▲ 콘크리트 품질·양생 부실 등을 지목했다.

현산·감리·하청업체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공사를 진행했고, 품질 관리와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인재라고 수사당국은 판단했다.

사고 직접 책임자를 우선 규명한 경찰은 사고 현장의 비위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첩보 수집에 나서 철거 업체 선정 대가 금품 공여, 등기 생략형 토지 거래(미등기 전매) 등 추가 비위 행위도 밝혔다.

장기간 수사 끝에 철거업체 관련 2명·미등기 전매 관련 2명도 추가 송치해 화정아이파크 신축건물 붕괴사고 수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아파트붕괴 그 후] ① 책임자 '서로 네 탓'…행정처분은 '차일피일'
◇ 재판받는 피고인 17명 '서로 네 탓'
검찰은 올해 4월 송치된 17명과 법인 3곳(현대산업개발·가현건설산업·건축사사무소 광장) 등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에 넘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자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산 측은 시공사 주의 의무 위반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인지 불명확하며, 데크 플레이트 공법 시공은 하청업체인 가현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바리 해체 작업 역시 하청인 가현 측이 원청 지시 없이 무단으로 작업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현장 품질 관리자에게 다른 업무를 겸직시킴으로써 사실상 법정 인원보다 적게 배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법정 인원을 지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가현 측은 데크 플레이트 시공 변경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산 팀장들과 회의를 열어 검토했다면서 사전 구조 검토가 꼭 필요했던 사안인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동바리 해체 역시 명시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현산의 묵인·승인 아래 작업했다며 건설기술진흥법상 안전 관리 수립 주체는 현산이라고 반박했다.

계속 이어지는 재판은 서로 '네 탓 공방'을 주고받는 피고인 중 사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아파트붕괴 그 후] ① 책임자 '서로 네 탓'…행정처분은 '차일피일'
◇ 현상 본사 대상 행정처분 '차일피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는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에 이어 이번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수사에서도 주된 처벌 대상에서 비껴갔다.

본사 안전부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고, 불법 재하도급을 현산 측이 묵인한 정황도 밝혀냈지만, 원청이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공모하지 않았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에 부닥쳤다.

노동자 6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두고 사고가 발생해 현산 본사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는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11개월이 다 되도록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에 '법령에서 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분을 검토해달라'고 권고했고, 고용노동부도 '영업정지 요청'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이에 서울시는 6개월 이내 등록말소 등을 포함한 강력한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행정처분 결정을 지금껏 내놓지 못했다.

1차 청문을 한 서울시는 추가 소명(해명)을 하고 싶다는 현산 측 요청을 받아들여 2차 청문을 하기로 하고 행정처분을 미뤘으나 현재까지 2차 청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현산은 형사재판 1심 판결 이후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2차 청문을 결정한 것은 현산의 의도적인 지연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붕괴 그 후] ① 책임자 '서로 네 탓'…행정처분은 '차일피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