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4개 후보 국가가 확정됐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PSG)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꺾은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가 맞붙는다. 직전 대회 우승국은 조기 탈락한다는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를 깨며 2연패에 도전하는 프랑스는 아프리카 1호 ‘4강 진출국’인 모로코와 결승전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대륙별로는 유럽 2개국에 남미와 아프리카 1개국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 펼쳐질 4강전

4강 운명 엇갈린 '세기의 라이벌'…메시 웃고 호날두는 울었다
프랑스는 11일 알바이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서 숙적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오렐리앙 추아메니(22·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은 프랑스는 올리비에 지루(36·AC 밀란)의 결승골로 잉글랜드의 추격을 뿌리쳤다.

지난 대회 득점왕인 해리 케인(29·토트넘)은 페널티킥으로 웃고 울었다. 후반 9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추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후반 36분 또 한 번의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동점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모로코는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하는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아프리카 최초로 4강 신화를 이뤄낸 모로코는 내친김에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월드컵 준결승에 유럽과 남미가 아닌 다른 대륙 국가가 들어간 것은 한국이 4강에 진출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0년 만이다.

프랑스와 모로코의 준결승전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 5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24·PSG)와 4골을 넣은 지루 등이 포진해 공격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모로코의 강점은 탄탄한 수비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자책골로 1골만 내줬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소속)를 보유한 포르투갈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아르헨티나는 10일 네덜란드와 연장 끝에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옐로카드만 18장 나온 역대급 혈투였다. 아르헨티나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한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같은 날 8강전에서 브라질을 꺾은 크로아티아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월드컵에서 5경기 모두 연장을 치렀지만 한 번도 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뒷심을 보이고 있다.

메시-호날두, 엇갈린 ‘라스트 댄스’

8강전에선 두 월드스타의 엇갈린 ‘라스트 댄스’도 눈길을 끌었다. ‘메날두’로 불리며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메시와 호날두가 주인공이다. 30대 중반을 넘긴 두 선수는 모두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다.

메시는 고국 아르헨티나를 이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스텝이 꼬이는 듯했지만 2차전부터 줄줄이 승리를 견인하며 “역시 메시”란 평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와 맞붙은 8강전에서도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이 골로 메시는 이번 대회 4호골이자 월드컵 통산 10호골을 기록하며 전설적인 공격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반면 호날두의 라스트 댄스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회 초반만 해도 괜찮았다. 가나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어 유일하게 월드컵 5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됐고,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최다골 기록도 118골로 늘렸다. 8강전까지 모두 출전하면서 총 196번의 대표팀 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바데르 알무타와(쿠웨이트)와 함께 남자 축구선수 A매치 통산 최다 출전 기록 공동 1위가 됐다.

하지만 소속팀과의 갈등, 대표팀 동료와의 불화 등 구설에 이 같은 활약이 빛을 잃었다. 16강전부터는 교체선수로 전락했다. 모로코와의 8강전에도 교체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호날두는 패배가 결정되자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