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두 번째…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생략
인도 관계자 "지금 상황에선 모디 총리에게 이롭지 않아"
인도, 러시아와 거리두기…푸틴 핵위협 속 연례 정상회담 취소
서방의 견제 속에서도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거듭된 핵 위협 속에 '거리두기'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올해 푸틴 대통령과의 연례 정상회담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인도와 러시아 간의 관계는 여전히 강하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양측의) 우호 관계를 널리 알리는 것은 모디 총리에게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양국은 2000년부터 해마다 12월께 정상회담을 열어왔다.

올해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에만 한 차례 취소됐으며 지난해에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대면 회담이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안에 정통한 러시아 측 관리도 올해 양국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그는 인도의 결정은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부터 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는 당시 SCO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인도가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모디 총리의 이 발언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공동 선언문에도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펼쳤던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고립된 러시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몇 안 되는 나라로 여겨져 왔다.

러시아와는 냉전 시대부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데다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 러시아를 외면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고 원유, 비료 수입 등을 통해 오히려 러시아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까지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관련 언급이 거듭되는 등 국제 사회의 긴장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꿋꿋하게 러시아를 옹호하던 인도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감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