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멕팔레인 호주 치매지원센터 임상 책임자가 ANAVEX2-73 임상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스테판 멕팔레인 호주 치매지원센터 임상 책임자가 ANAVEX2-73 임상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미국 신약벤처 아나벡스라이프사이언스가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의 긍정적인 임상 2b·3상 결과를 공개했다.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의 개선이 아닌 직접적인 인지능력 개선을 보였다. 경쟁 약물과 비교해도 주목할만한 효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나벡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 임상학회(CTAD 2022)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NAVEX2-73’(성분명 블라카메신)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ANAVEX2-73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항체 기반 신약과 달리 저분자화합물로 개발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발현이 줄어드는 시그마1 수용체의 활성을 높이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시그마1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자가포식 작용이 늘어나 손상된 신경세포 등이 제거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글로벌 제약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이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베타) 제거를 목표로 한다면, 아나벡스라이프사이언스는 뇌 속 면역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항체 기반 의약품과 달리 경구 투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해당 임상시험의 1차 평가지표로는 14개 평가항목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ADAS-cog14을 활용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중증도가 심함을 의미한다.

회사에 따르면 ANAVEX2-73을 투약군의 인지저하 속도는 위약을 투약한 대조군에 비교해 평균 45% 늦어졌다. 또한 투약환자 중 84%가 ADAS-cog14 점수에서 –0.5점 이상의 개선이 있었다. 개선된 환자들의 평균 점수는 –4.03점이었다.

경쟁약물과도 간접적인 비교를 해볼 수 있다. 에자이의 레카네맙 임상 3상은 ADAS-cog14을 2차 평가지표로 썼다. 점수상 레카네맙 투약군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는 26% 정도 느려졌다. 레카네맙 투여군은 평균 –1.44점의 개선이 있었다. 하지만 두 임상은 서로 독립적이며 두 약물의 효능을 비교하기 위한(헤드 투 헤드)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회사측은 이 약이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에 아나벡스 라이프사이언스의 2일 주가는 35.85% 급등해 12.05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가와 달리 미적지근한 업계 반응

제약업계는 아나벡스 라이프사이언스가 발표한 결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미심쩍다’라는 반응이다. 먼저 1차 평가지표를 임상시험 도중 바꿨다. 가령 이전 1차 평가지표가 기준점으로부터 48주 후의 ADAS-cog14 점수 변화를 대조군과 비교하는 것이었다면, 변경 후 1차 평가지표는 투약군의 인지저하 속도를 대조군과 비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차 평가지표였던 임상치매척도(CDR-SB) 또한 기준점에서 48주 후의 변화를 보는 것에서 인지저하 속도를 비교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임상 데이터를 보고 해석에 유리하게끔 평가지표를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개한 데이터도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평균 점수 변화의 차이만 공개됐으며, 실제 점수 변화는 공개되지 않았다. 치료 전 기준이 되는 기준점 또한 발표 도중 바뀌는 문제점 또한 지적됐다. 간단한 산수가 틀려 표 상의 숫자가 잘못된 곳도 있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표 슬라이드에 기재 오류나 데이터 논란이 있다”면서도 “출시된다면 경구제이기 때문에 복약편의성 및 약가 면에서 항체 치료제 대비 저렴하다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