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적 토지 이용"…전씨 "처음부터 사필귀정 확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혐의로 기소된 전창범(69) 전 강원 양구군수가 1년 4개월여에 걸친 1심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전씨가 용역 관계자로부터 이를 취득해 토지를 매수했는지 등 두 가지 핵심 쟁점을 두고 심리한 끝에 무죄로 결론지었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선 부장판사는 29일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씨는 군수로 재직하던 2014년 6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노선 발굴 용역을 진행하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알게 된 철도 노선과 역사 등에 대한 미공개정보를 이용, 2016년 7월 역사 조성 예정지 인근에 땅 1천400여㎡를 매입해 약 1억8천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씨가 용역 과정에서 지자체 의견을 듣기 위해 방문한 국토교통부 용역직원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철도 노선과 위치 등을 알게 된 후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당시 퇴직 후 집을 지어 거주하겠다며 땅을 1억6천400만원에 매입했고, 이후 해당 지역의 공시지가는 2∼3배가량 올랐다.
전씨는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이 공직자들을 상대로까지 번지면서 수사선상에 올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중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기록하며 법정에 섰다.
그는 "임기 당시 역사 위치를 학조리 일대로 협의하고 퇴임했는데 후임 군수가 하리(현 거주지)로 원위치시켰다"며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 측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을 대부분 부동의하면서 공무원, 공인중개사, 연구기관 직원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인석에 선 인물들만 15명 안팎이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재판장만 두 차례 바뀌었고, 그 사이 전씨는 1심 구속 만기일을 한 달여 앞두고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으로 석방됐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1심 재판부는 전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첫 번째 쟁점인 '비밀 여부'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는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보기이기 문에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역사 위치는 땅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록 확정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기본계획 단계에서 바뀌더라도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전씨가 군수 지위를 이용해 이를 취득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용역직원과는 인근 비행장 이전과 관련한 논의만 했을 뿐 역사 위치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고, 다른 증인들의 진술을 살펴봐도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시세차익은 양형 요소일 뿐 공소사실의 증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재판부에서 이를 따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매수한 토지 위치와 소유권 이전 등기 과정, 여유자금으로 매수해 집을 짓고 거주한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투기가 아닌 통상적인 토지 이용 형태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전씨는 재판이 끝난 뒤 "사건이 처음부터 정말 황당하고 억울하게 진행돼 사필귀정으로 끝나리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저와 같이 황당하고 억울한 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