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 결제 인프라 문제로 당장 파급효과는 제한적"
아이폰 충성고객인 전업주부 김모 씨(36)는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현재 카페나 마트, 음식점 등에서 상품을 결제할 때마다 아이폰 뒤편에 꽂아든 실물 신용카드를 일일이 꺼내 계산하고 있다. 그는 "두 손에 한짐 가득 물건을 산 날에는 짐을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실물카드를 꺼내 결제하고 다시 끼우는데 참 번거롭고 불편하다"면서 "빨리 애플페이가 출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는 지난 25일 현대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애플페이가 국내에 정식 서비스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그는 "삼성페이 쓰는 이용자들처럼 카드 없이 가볍게 외출하고 싶다. 잠깐 외출할 때 카드가 없어 난감한 적 많았는데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이젠 안 그래도 될 것 같다"며 "이미 신용카드가 많아 새로 카드 발급하기 부담스럽긴 하지만 애플페이가 나오면 바로 쓰기 위해 새 카드를 신청했다"고 귀띔했다.
'상륙 임박' 애플페이…"삼성보다 휴대성 높지만 사용처 적어"
글로벌 결제 규모 2위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아이폰 이용자들이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다. 실물카드 없이 아이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도 상품 결제가 가능한 애플페이가 드디어 서비스된다는 기대감이 크다.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을 부럽게 바라보던 것도 '옛말'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애플페이가 국내 도입되면 2014년 미국 첫 출시 이후 8년 만에 한국에 서비스된다. 2015년 삼성페이가 공식 출시된 지 7년 만에 라이벌 격인 애플페이가 도입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애플페이가 출시된 나라는 중국·일본을 포함해 70여개국에 달하지만 한국 출시는 유독 늦었다.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빨리 도입됐으면 좋겠다"며 '학수고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국내 시장 애플페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금융업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페이 도입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대카드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 심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시행일은 이르면 오는 30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을 심사 중"이라면서도 심사 종료일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유통업계에선 이디야, 롯데하이마트 등의 일부 매장에서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 교체 작업이 이뤄지면서 애플페이 도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비교해 국내 사용처가 적지만 네트워크(LTE·5G) 연결 없이도 사용이 가능해 휴대성과 편의성이 높은 편이다.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페이 이용시 네트워크 연결 환경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따라서 '갤럭시워치'만 지닌 상태에선 단독 결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애플페이는 NFC 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통신이 지원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다.
네트워크 없이 단말간 직접 데이터 교환이 가능해 사실상 '비행기 모드'에서도 페이 결제가 가능한 것이다. 아이폰 없이 애플워치만 들고 나와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게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결제 가맹점 수는 적지만 '편의성'은 높은 셈이다.
"시계만 들고 결제가능"…파급력은 제한적일 듯
확실한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된다 해도 당장 사용 가능한 곳은 많지 않다. 때문에 시장 파급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현재 국내에서 NFC 단말기를 사용하는 가맹점 자체가 매우 적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가맹점 290만개 가운데 NFC 방식을 사용하는 곳은 10% 미만이다. 대형 가맹점인 코스트코와 편의점, 대형마트와 커피 프랜차이즈 등에서 우선 지원된다고 해도 중소·영세업체 등 곳곳에 NFC 단말기가 도입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반 중소상공인 입장에선 대당 15만~20만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교체 비용은 부담이다. 그간 낮은 NFC 단말기 보급률과 애플 자체의 높은 수수료 부담 등으로 국내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업계에선 현대카드 측이 단말기 교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성사시켰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향후 NFC 단말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사용처가 확대된다고 해도 기존 결제 시장 점유율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간편결제업계는 온라인에선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오프라인의 경우 삼성페이가 압도적이다. 애플페이가 출시된다 해도 시장 선점 효과 때문에 갤럭시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애플페이 사용 가능 가맹점 수가 적을뿐 더러 현대카드 독점 제휴시 해당 카드를 보유한 소수의 아이폰 이용자들만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어 시장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모든 결제처에 NFC 단말기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대략 4000억원이 들 것"이라며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사용환경이 구축되느냐가 관건인데 카드 발급 문제도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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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