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비운의 아폴로13호가 세운 유인캡슐 원거리비행 경신

오늘 지구에서 42만2천㎞ 떨어진 곳 비행하며 새기록 수립

인류의 달 복귀를 위한 첫걸음으로 달 궤도를 무인비행 중인 미국의 유인캡슐 '오리온'이 아폴로13호가 세운 원거리 비행기록을 경신했다.

2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원거리역행궤도'(DRO)에 진입한 오리온은 26일 오전 7시42분(한국시간 26일 오후 9시42분) 지구에서 39만7천848㎞ 떨어진 곳을 통과했다.

이는 지난 1970년 4월 달에 가던 도중 산소탱크가 폭발해 달착륙을 포기하고 지구 귀환을 결정한 아폴로13호가 곧바로 U턴하지 못하고 달의 중력을 이용해 달의 뒷면에서 선회했던 곳으로, 유인 캡슐로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비행한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아폴로13호 승무원 3명은 기계선에 실린 산소탱크 폭발 뒤 사령선 기능을 정지하고 2인용 달 착륙선으로 피난해 산소와 전력, 물 부족 등을 견디며 달의 뒷면 선회 비행을 거쳐 폭발 닷새 만에 가까스로 지구로 귀환했다.

오리온에는 우주비행사 대신 각종 센서를 장착한 마네킹이 타고 있는데, 오렌지색 구명복을 입고 조종석에 앉은 마네킹 사령관은 '무네킹 캄포스'(Moonikin Campos)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무네킹은 문(Moon)과 마네킹(manikin)의 합성어이고, 캄포스는 아폴로 13호의 무사 귀환을 도운 NASA 엔지니어 '아르투로 캄포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공모를 통해 붙여졌다.

이래저래 아폴로13호와는 인연이 깊은 셈이다.

오리온은 발사 11일째인 28일 달의 뒷면에서 6만4천㎞를 더 나아가 지구에서 43만2천㎞ 이상 떨어진 곳까지 비행하며 새로운 비행 기록을 쓸 예정이다.

지난 25일 DRO에 진입한 오리온은 엿새에 걸쳐 궤도 비행을 하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주력 우주선으로 활약하게 될 캡슐 성능을 점검한 뒤, 달에 다시 약 100㎞까지 다가가는 근접비행을 거쳐 지구 귀환길에 오르게 된다.

오리온은 내달 11일 캡슐의 서비스 모듈을 떼어낸 뒤 시속 3만9천400㎞로 대기권에 진입해 샌디에이고 연안 태평양에 낙하산을 타고 입수하는 방식으로 25.5일에 걸친 무인비행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달 궤도 무인비행을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Ⅰ 미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2024년 달 궤도 유인비행(아르테미스Ⅱ)을 거쳐 2025년이나 2026년께 아르테미스Ⅲ를 통해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가 달 착륙을 하게된다.

NASA는 이를 통해 달 기지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우주비행사의 달 상주화를 추진하고 궁극에는 달 안팎에서 심우주탐사 기술을 축적해 화성 유인탐사에 나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