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마켓PRO] "2차전지株도 조심해야…소비위축에 전기차 판매 장담못해"
"자동차를 사면서 대출 안 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 전기차 수요가 견조할 수 없죠. 2차전지주도 어려워질 거라고 봅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CIO) A씨의 말이다. 그는 올해 2차전지주에 인플레이션과 달러강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여러 호재가 겹쳤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호재는 주가 반영이 마무리 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앞으로는 소비위축과 공급과잉 등 여러 위기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한경 마켓PRO가 2차전지주를 우려하는 운용업계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인플레·강달러 호재에 IRA까지
2차전지주 '최고의 한 해'



올 초부터 2차전지주에는 두 가지 호재가 겹쳤다. 우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값이 오른 게 실적을 부풀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통상 원자재값이 오르면 마진을 줄이는 악영향을 부른다. 반면 2차전지 업체의 경우 계약서 상 판매단가가 판매 시점의 원재료 시세를 적용해 최종 결정된다. 원자재값이 오를 수록 판매가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또 하나의 호재는 달러강세다. 대부분의 업체가 수출을 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띄면 원화 환산 이익이 늘어난다. 다만 이 두 가지 호재는 일시적인 것, 달리 말하면 오히려 기저를 높이는 영향으로 여겨졌다. 원자재값과 달러가 안정되면 비슷한 물량의 물건을 팔아도 실적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IRA법은 상황을 크게 반전시켰다. 미국은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를 주겠다고 했다.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은 다수 미국에 공장이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IRA법이 사실상 중국 업체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A씨는 "인플레이션과 강달러 수혜가 점차 사라진다는 걸 감안했을 때 2차전지주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었다"며 "한국 2차전지 업체가 중국 2차전지 업체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경쟁자(중국기업)를 미국이 배제시켜 준 덕에 큰 기회가 됐다"고 짚었다.

금리인상에 전기차 판매 줄어들 수도
잇따른 설비투자…"수요 낙관해 공급과잉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주를 우려하는 시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금리 인상에 따른 전기차 소비 여력 감소다. 전기차 판매가 확대돼야 2차전지의 매출도 늘어날 텐데, 전기차 판매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란 것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B씨는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업종에 대한 소비여력이 감소할 것"이라며 "공매도 대상으로 고려중"이라고 언급했다.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리튬가격 등 원자재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 엘리트층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전기차가 선호되기엔 여전히 비싸단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2차전지의 시설투자(Capex)가 크게 확대돼 왔다는 것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있었다. A씨는 "올해 시장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2차전지 실적이 잘 나오다 보니 업체들이 수요를 낙관하고 capex를 열심히 확대했다"며 "수요를 너무 낙관한 나머지 공급과잉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차전지 종목의 주가는 성장에 대한 기대로 계속 올랐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이 꾸준히 부풀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 C씨는 "한국 2차전지 업체는 대부분 기술 등 측면에서 열등생 수준"이라며 "올해는 인덱스 편입 기대감이나 성장 기대감이 있어 밸류에이션이 높아도 크게 주가가 꺾이지 않았지만, 해당 기대감이 점차 희미해지면 결국 지금 금리 수준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