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융통화위원들의 최종 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 전망을 알 수 있는 사실상의 ‘점도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이창용식 실험’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내에서 최종 금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최종 금리를 연 3.5%로 보는 위원은 3명, 연 3.75%는 2명,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위원은 1명이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 정례회의 땐 “다수의 금통위원이 3.5%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는 금통위 의장인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6명의 최종 금리 전망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총재가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일종의 ‘한국형 점도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발표한다. 평소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중시하는 이 총재는 한은 관계자들에게 “금통위의 생각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아주 세세한 전망을 제시하는 미국처럼은 불가능하지만 한은이 수량적인 포워드 가이던스가 가능할 정도로 역량을 갖추도록 하자는 게 이 총재의 뜻”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총재가 매고 나온 넥타이(사진)도 화제였다. 하얀 바탕에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란 시가 까만색 글씨로 적혀 있는 넥타이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같은 문구가 보였다. 이 총재는 ‘넥타이가 대출자를 위로하기 위한 의미냐’는 질문에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왔는데, 그 해석이 더 좋아 (해석을) 받아들이겠다”며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