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 둔 '인간' 예수의 고뇌…울부짖는 '겟세마네' 명불허전
극저음부터 초고음, 샤우팅까지 넓은 음역대를 넘나드는 넘버(노래)와 이를 가뿐히 소화하는 배우들의 가창력.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마치 록 콘서트 공연을 보는 것처럼 도발적이고 짜릿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죽음을 1주일 앞둔 예수의 여정을 따라가는 내용이다.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국내에선 2004~2015년 네 차례 공연했다. 이번이 7년 만에 올리는 무대다.

뮤지컬은 성자로서 예수의 모습보다 죽음과 희생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적인 측면에 더 주목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소재와 이를 풀어내는 연출 방식 모두 묵직하고 선이 굵다. 이번 시즌 홍승희 연출가가 새로 참여해 대본과 넘버 등을 제외하곤 무대디자인을 확 바꾸는 등 기존 시즌과 달라진 연출이 많다.

파격적 소재보다 더 돋보이는 건 강렬한 넘버다.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극이 전개된다. 록과 클래식을 결합한 넘버들로 이뤄졌으며 초연한 미국에서 공연보다 음반이 먼저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주인공 지저스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자신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느끼며 울부짖는 듯이 부르는 넘버 ‘겟세마네’가 압권이다. 울분이 담긴 샤우팅에선 듣는 관객에게도 감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극중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바로 유다다. 예수를 바라보는 유다의 걱정과 분노, 결국 그를 배신하고 느끼는 불안과 자책, 후회 등 감정 변화가 역동적이다. 이를 표현해야 하는 넘버 역시 난도가 높다. 유다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장면은 조명 연출과 어우러져 소름이 돋을 만큼 인상적이다. 지저스를 보러 공연에 갔다가 유다를 기억에 남기고 오게 된다.

다만 일부 의상과 한국어 가사 번역 등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일부 곡에서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가 어색하게 뒤섞여 있다는 지적은 이전 시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부분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저스나 유다의 의상과 달리 빌라도 등의 의상은 철 지난 공상과학(SF)물을 연상하게 해 부조화스럽다. 공연은 내년 1월 15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