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갓 오브 하이 스쿨' 11년 만에 완결
"인기에 대한 공포 쭉 안고 연재…마지막 여정까지 함께해준 독자에 감사"
박용제 작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교훈, 진모리와 배웠죠"
"실패와 좌절, 엇나감, 성공 이런 게 모두 어우러져 '나'라는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만든다는 것을 진모리가 깨달았고, 저 역시 성공한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우주가 잠시 꺼졌다'처럼 실패한 사례, 복선 등도 후반에 재조립하면서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점을 함께 깨달았죠."
네이버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을 그린 박용제 작가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11년에 걸친 대서사시를 마무리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손오공 진모리가 친구들과 만나 모험하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소년만화로, 2011년부터 무려 11년간 네이버웹툰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대표작이다.

박 작가는 "처음에는 본격적인 소년만화를 해보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라며 "반응만 괜찮다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있었지만, 연재한 지 6년이 되고서부터 독자들이 긴 호흡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비도 많았다.

그는 "6부는 시작부터 고비였다"며 "세계 최강자였던 주인공이 약해지자 떠나는 독자도 많았다.

제가 가고자 하는 엔딩까지 최대한 빨리 가려고 해도 최소 2∼3년은 걸릴 텐데 그동안 과연 인기가 유지될지에 대한 공포를 쭉 안고 연재를 했다"고 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X세대, 우마왕, 리수진, 박일표 등 주요 캐릭터의 이야기를 대폭 축소하게 된 데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세부 서사나 주요 캐릭터 비중은 생각과 달라졌지만,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은 첫 구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모리·한대위·유미라 3명이 죽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이 세 명의 성장과 우정, 그리고 해피엔딩에 대한 그림은 명확하게 있었고, 박무봉(진)이 최종 보스라는 점도 연재 초부터 정해져 있었죠."
박용제 작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교훈, 진모리와 배웠죠"
'갓 오브 하이스쿨'에서 가장 유명한 표현인 '우주가 잠시 꺼졌다'(일명 우잠꺼) 에 대한 비판에 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우잠꺼'는 주인공이 강력한 상대인 사탄과 일전을 벌일 당시 격해진 싸움을 함축한 문장인데 당시 '오그라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작가는 "당시에는 참 아팠지만, 지금은 저한테 감사한 단어"라며 "창작자와 콘텐츠가 널린 시대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웃었다.

'우잠꺼' 에피소드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선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는 "5부에서는 휘모리의 죽음과 한대위의 부활, 진모리의 등장 등 해결할 숙제가 너무 많았다"며 "독자들은 한대위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의 부활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는데 갑자기 다른 세상에서 온 진모리가 마무리하는 이야기 구조가 뜨겁지 않았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멋진 것도 삐끗하면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워진다"며 "한 끗 차이에서 서사의 집중력을 놓쳤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 최종 악당인 박무봉(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고생시킨 캐릭터에게는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자신은 촌스러운 박무봉이라는 원래 이름 대신 작중 인물이 원하는 대로 박무진이라고 불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무진이 악역이지만, 세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
작중 인물들의 능력을 가르는 무투파와 차력파 가운데 개인적인 선호를 골라달라는 질문에는 "저는 무투파"라며 "차력은 마법 같은 것이지만, 무투는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연출로 보여줄 수 있어 그릴 때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액션씬을 연출할 때 동작을 어떻게 보면 집착적으로 많이 표현하는 편"이라며 "발차기라고 하면 기본 동작, 준비 동작을 많이 표현해서 어떻게 움직인 것인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용제 작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교훈, 진모리와 배웠죠"
박 작가는 독자들에 대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완결하게 돼) 너무 기쁘고 아쉽기도 하면서도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며 특히 독자들을 향해 "마지막까지 여정을 함께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악플(악성 댓글)도 많았었지만, 마지막 화에 독자들이 적어준 댓글을 보니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고 느낄 수 있었다"며 "독자들에게 '이 긴 만화를 읽기 잘했다'고 느끼시는지 여쭙고 싶다"라고도 했다.

독자들이 붙여준 '만신'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아한다"며 "몇몇 작가들이 이런 별명을 갖고 있는데 진짜 만신이 누군지 정해주면 좋겠다"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게임은 물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박 작가는 "1·2부만 함축적으로 애니메이션화 됐는데 전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화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차기작은 좀 더 호흡이 짧은 소년만화가 될 전망이다.

"짧은 호흡으로 강렬하게 '다다다다' 전력 질주하는 그런 만화를 그려보고 싶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