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증권세 0.15%로 낮추고 양도세 기준 상향 철회해야"
추경호 "0.15% 시기상조…금투세 2년 유예가 정부안"
여당 "야당 금투세 강행 움직임서 변화…추후 논의해봐야"
야당 금투세 조건부 유예안에 정부 "거부"…여당은 "추가 논의"(종합)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 2년 유예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이겠다고 중재안을 냈지만 정부가 즉각 거부했다.

다만 야당이 금투세 강행안에서 한발 물러선 데 대해 여당이 추후 논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 추가적인 중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생겼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기재위·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원내 정책 합동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높이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을 전제로 금투세 2년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천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주식시장 침체를 고려해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자고 주장해 왔고, 민주당은 이를 '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왔다.

민주당은 현행 0.23%인 증권거래세율을 내년부터 0.20%로 내리려는 정부안에 0.05%포인트를 더해 0.15%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납부 대상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상향하려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이날 내건 두 가지 조건에 대해 "이는 입법이 아니라 시행령 사안이므로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대국민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금투세 조건부 유예안에 정부 "거부"…여당은 "추가 논의"(종합)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용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추 부총리는 "금투세 과세 유예와 거래세 인하는 조합을 이뤄가는 것이 맞다"면서 "증권거래세를 0.20%로 낮추는 것은 시장이 취약해서 거래세를 그래도 추가 인하해야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할 경우 세수가 8천억원 감소하지만 0.15%로 낮추면 총 1조9천억원이 감소, 세수가 1조1천억원이 더 줄어든다"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것도 재정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고 답변했다.

민감한 시장 상황에서 대주주의 연말 주식 매도 물량을 줄이고자 주식양도세 부과기준을 상향하려는 의지까지 고려할 경우 이날 추 부총리의 발언은 야당이 제시한 두 가지 전제조건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추 부총리는 "현재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취약해 새로운 과세체계 도입하는 것이 맞지 않다"면서 "금융투자소득세제 시행을 2년 유예하고 주식양도세 과세 기준을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정부안"이라고 못박았다.

국민의힘은 국회 차원에서 추후 논의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중재안에 대해 "전문가 얘기도 들어보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박대출 기재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는 일단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금투세 도입을 강행하려던 움직임에서 처음 변화를 가져온 것인 만큼 유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앞으로 소위 심사 과정에서 정부 측 입장까지 함께 심사숙고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현 단계에서 수용 여부를 잘라 말할 수는 없다면서 "조세소위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