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로 재무건전성 판단
원익머트리얼즈 등 22개 종목, 최근 1년간 계속 감소
‘실적 부진’ LG디스플레이, 3개 분기만에 162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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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머트리얼즈, 쿠콘, 클리오를 비롯한 22개 상장사가 최근 1년 동안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꾸준히 감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차입이나 회사채와 같이 기업의 부채 중 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만 따로 추린 게 차입부채다. 이를 영업이익과 비교한 비율이 감소한 기업은 재무건전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계속 감소한 22개 종목 중 올해 2분기말 기준 차입부채 부담이 가장 낮은 기업은 차입부채 규모가 영업이익의 0.01배에 불과한 원익머트리얼즈였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만들어 팔고 있다.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특수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데이터 수입·연결 핀테크 기업인 쿠콘이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 0.04배로, 원익머트리얼즈의 뒤를 이었다. 데이터를 수집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금융 플랫폼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원재료 매입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매출 증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고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가했다.

화장품과 화장도구를 판매·유통하는 클리오의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도 최근 1년간 꾸준히 하락해 0.15배까지 떨어졌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와 페리페라, 스킨케어 브랜드 구달, 헤어·바디 케어 브랜드 힐링버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토리 등 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생산은 주문자상표부착(OEM)·제조업자개발생산(DOM) 방식으로 활용한다.

이외 심텍, 주성엔지니어링, 제이시스메디칼, 태웅로직스, 인지소프트, 티엘비 등도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1배 미만이었다.

반면 LG헬로비전은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최근 1년 동안 꾸준히 낮아졌지만, 올해 2분기 기준 10.63배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최근 1년 동안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계속 확대된 종목도 23개였다. 이익 성장세를 넘어서는 규모로 차입을 했다는 뜻이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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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G디스플레이, 태광산업, 이스트소프트, 오디텍, 나노 등 5개 기업은 올해 2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해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해당사항 없음(N/A)’로 나타났다.

이중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85.71배에 달했다. 작년 2분기에는 4.96배에 불과했지만, 3개 분기동안 1628%가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급증했던 TV 수요가 시들해진 탓으로 수익성이 뒷걸음질치면서 재무 건전성까지 갉아먹은 모습이다.

NH투자증권(올해 2분기 기준 37.86배), 키움증권(27.95배), 이베스트투자증권(27.41배), 하나금융지주(20.59배) 금융주들의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최근 1년 동안 가장 가파르게 오른 종목은 엘앤씨바이오로, 작년 2분기에는 0.1배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7.43배까지 불어났다.

차입부채가 증가한 걸 무조건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과 맞물려 최근 시장 금리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비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재계에서 ‘현금 부자’로 유명한 고려아연도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확대됐다. 다만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0.80배에 불과하다.

고려아연 외에도 하이로닉(0.97배), 모비릭스(1.28배), 크리스에프앤씨(1.44배) 등의 영업이익 대비 차입부채 비율이 2배 이하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