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를 끼고 있는 전북 군산의 자유무역지역. 2만3000㎡(약 7000평) 규모의 삼양이노켐 ‘이소소르비드(Isosorbide)’ 공장(사진)이 들어선 곳이다. 16일 4층 높이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수백 개의 회색 파이프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가운데는 거대한 돔 모양의 ‘반응기’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솔비톨에 촉매를 반응시켜 끈적한 액체로 변환시키는 공정이다. 변환된 솔비톨은 파이프를 통해 증류·결정화·정제 설비로 옮겨진다.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공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순도 이소소르비드는 액체 상태로 탱크에 담기거나 고체의 플레이크 형태로 가방에 담겨 출하를 기다리게 된다.

이소소르비드는 식물 자원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화이트바이오 소재의 한 종류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PC), 바이오 페트(PET), 바이오 폴리우레탄(PU), 바이오 에폭시 등으로 개발된다. 해당 물질들은 플라스틱이나 도료, 식품 용기, 접착제, 자동차 내장재, 건축자재 등을 만드는 데 두루 쓰인다. 기존 화학 소재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내구성·내열성·투과성 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선 삼양이노켐만 이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

삼양그룹이 화이트바이오 시장에 주목한 건 13년 전부터다. 2009년부터 6년간 약 350억원을 들여 이소소르비드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 뒤 2015년부터는 공장 설계에 나섰다. 지난해 7월 현재의 공장을 완공해 6개월간 시운전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된 이소소르비드는 국내를 포함해 중국·일본 등 인근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이날 열린 공장 준공식에서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화이트바이오 시장 성장에 발맞춰 점진적 증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 군산에 2공장을 지어 현재 연간 1만5000t 수준인 생산량을 3만~4만t까지 늘리는 게 삼양이노켐의 목표다.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세계 유일 경쟁사이자 업계 1위인 프랑스 로케트(연간 2만t)를 생산량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호성 삼양그룹 화학그룹장 겸 삼양이노켐 대표는 “내년 중 미국에서도 반도체와 퍼스널 케어 분야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라며 “기존에 있는 공장을 인수합병(M&A)하거나 보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M&A와 관련해 강 사장은 “퍼스널 케어나 전자 재료 분야에서 해외 M&A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2분기부터 가시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 M&A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군산=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