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당내 '불가론' 우세…野추진 저지 난망에 일각서 '불가피론' 도
여론 흐름·수사 상황 보며 협상력 극대화 고민…"서두를 이유 없어"
[이태원 참사] 與, ‘국조 불가’ 고수속 대응책 고심…수사 발표 시기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 압박에 대응할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현시점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다는 '불가피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말 '예산 국회' 상황과 맞물려 여러가지 대야 협상 시나리오가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4∼15일 초선·재선·중진 등 선수(選數)별 연쇄 간담회를 가진 결과 여당 내부에는 현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여론이 외견상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물타기 수단이라는 비판적 인식 속에서, 함부로 야당의 정치 공세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 우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대형 참사 앞에서 책임을 피해 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 초선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아예 국조를 안 받을 순 없지 않으냐"면서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이 보기엔 우리가 시간을 끄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야당 단독으로 실시하는 국정조사는 '야당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에 더해 의석수 열세 탓에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불가피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과반 의석수를 지닌 민주당은 여당 불응 시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 3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조사계획서를 처리하겠다고 이미 예고한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 與, ‘국조 불가’ 고수속 대응책 고심…수사 발표 시기
재선 이용호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대부분 의원은 국정조사는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수용 불가가 아니라 지금은 선(先) 진상규명, 제도 개선 후에 경찰의 수사, 수사의 결과가 나온 이후에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차피 국정조사를 피할 수가 없다면 내년도 예산안이나 정부조직법 등 원내 주요 현안에서 대야(對野)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나와 야당의 국정조사 수용 압박과 관련, "예산안 통과 또 민생 법안의 처리 문제 이런 것들하고 다 연계해서 패키지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결과 발표 시기는 '국정조사 대치 정국'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찰 수사가 먼저'를 내세우면서 수용을 거부해온 국민의힘으로서는 야당이 시한으로 제시한 이달 24일 전에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도 있어서다.

수사 결과가 경찰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범위가 어느 정도 명확해진다면 야당이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명분이 약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분간 대외적으로는 국정 조사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론 흐름과 수사 결과 발표 시기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로선 급하게 입장을 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