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부리장다리물떼새 동해안 하천 출현…4일 만에 훌쩍 떠나
[유형재의 새록새록] 희귀해서 더 아쉬운 짧은 만남
최근 희한하게 생긴 희귀한 겨울 철새가 강원 동해안 한 하천을 찾았다.

참으로 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름도 참 긴 뒷부리장다리물떼새다.

작년 봄 같은 곳에서 관찰됐지만, 기회가 맞지 않아 아쉬움이 꽤 컸었다.

유럽 남부, 아프리카, 인도 서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고 하니 국내에서는 어쩌면 보기 힘든 게 당연한 겨울 철새다.

그런 뒷부리장다리물떼새가 동해안 하천을 찾았으니 가슴 떨리고 놀랄 일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희귀해서 더 아쉬운 짧은 만남
뒷부리장다리물떼새가 찾은 곳은 백두대간에서 내려온 하천의 민물과 짠물 바닷물이 섞인 얕은 곳이었다.

맨 처음 발견했을 때는 2마리가 함께 있었다는 데 이튿날부터는 1마리만 남아 있어 아쉬웠지만, 그것을 관찰하고 촬영할 수 있는 것에라도 만족하고 감사했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긴 다리에 부리는 길고 가늘며 뾰족하게 활처럼 위로 굽었다.

행여 인기척을 느끼고 날아갈까 봐 토끼 걸음으로 갈대숲 뒤에 몰래 접근해 숨죽이며 얕은 물 속에 부리를 넣고 좌우로 휘저으면서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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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놀라 날아갈까 봐 첫날은 망원렌즈를 들고 다리 위에서, 둘째 날은 갈대숲에 숨어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겨울 철새 희귀조는 이렇게 이름값을 하고 4일 만에 소리소문없이 훌쩍 떠났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전국의 연합뉴스 기자들이 취재한 사진을 축적한 아카이브에도 2002년 제주와 2013년 포항, 2021년 강릉에서 취재된 세 곳의 사진만 저장돼 있을 뿐이다.

그것도 제주만 직접 취재하고 나머지는 제공 사진일 정도로 직접 취재가 힘든 희귀조이다.

2002년 3월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의 사진에는 길을 잃고 온 '미조'(迷鳥)로 설명했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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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포털의 지식백과에서도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한국에서는 3회의 관찰 기록밖에 없는 희귀조이다'고 설명돼 있다.

이상기후 등으로 몇 해 전부터 국내에서도 관찰 횟수가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은 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외국에는 흔하고 많더라도 서식 환경이 국내와 맞지 않거나 이동 경로에 국내가 포함돼 있지 않으면 이런 희귀한 철새를 국내에서 보기는 참 힘들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희귀해서 더 아쉬운 짧은 만남
보기를 희망한다고 보는 것이 아니고 찾아와야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거기에 운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2021년 이후 관찰이 늘고 있다.

짝짓기와 국내 번식 정황이 포털 등에 올라와 있고 새만금과 강릉, 포항, 금강과 제주도, 낙동강 등에서도 관찰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뒷부리장다리물떼새뿐만 아니라 다른 희귀 철새들도 이상기후 때문이 아니라 국내 서식 환경이 좋아져 더 자주,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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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