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백질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발현되면 질병이 유발된다. 바이오벤처 프로티나는 이러한 단백질과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기술(PPI)로 바이오마커 및 조기·동반진단 플랫폼을 개발한다.

기존 단백질 분석 기술은 단백질의 존재 여부와 그 양을 측정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PPI는 단백질과 단백질이 어떻게 상호 결합하고 또 떨어져 나오면서 몸 속에 신호를 보내는지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질병 기전을 연구하고 진단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15일 만난 윤태영 대표(사진)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정량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정 유전자변이가 없는 환자들에게서도 약물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DNA 변이나 단백질의 양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도 단백질 사이의 결합에 이상이 있으면 약물반응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PPI 기술의 전제는 상호작용하고 있는 단백질을 그 상태 그대로 훼손없이 추출하는 것이다. 서로 결합돼있는 단백질이 추출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엉뚱한 곳에 결합된다면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추출 과정에서 쓰이는 핵심 기술은 막단백질 분석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윤 대표는 막단백질 분야만 10년 가까이 연구한 전문가다. 막단백질이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윤 대표는 “막단백질을 보존하면서 단백질을 추출해 기판 위에 올려놓고, 그 중에서도 원하는 것만을 뽑아서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한 PPI 분석 플랫폼 ‘PROTEINA PI-View’도 자체개발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다는 설명이다. 프로티나는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글로벌 빅파마와 내년 1월경 혈액암 임상1상을 같이 진행하는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PPI 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임상을 진행하는 세계 최초 기업이 된다. PPI를 측정하는 경쟁사로는 올링크, 퀀테릭스 등 해외 기업들이 있지만 임상시료 분석에 실제 적용하는 것은 프로티나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지난 3년간 꾸준히 논의를 이어왔고, 내년부터 임상시료를 분석해 약효 성능을 평가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며 “최적의 도즈(용량)를 찾는 데 PPI가 활용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환자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도즈를 올리는 식이었다면 PPI를 활용하면 투약 후 타깃 단백질이 얼마나 녹았는지, 결합체가 얼마나 분해됐는지 단계마다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도즈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PPI는 단백질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그 상호작용을 분석하기 때문에 거대 염증 복합체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단백질이 있는지 없는지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뭉쳐있는지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A, B, C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머물지 않고 A~C가 뭉쳐 D라는 거대 복합체가 생겨났다는 것을 단백질 간 상호작용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거대한 염증복합체가 어떤 구조를 갖고 있고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며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스위스 바젤 소재의 글로벌 빅파마와도 전임상 단계 계약 체결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니타는 '질병 기전연구→진단 바이오마커 개발→조기진단 성능 검증' 등으로 이어지는 신약 개발 전(全)주기에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거나 최적의 약물농도를 선정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 항체회사들을 대상으로 장비를 공급하고 현장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PROTEINA PI-View을 활용한 검사 오차율은 10% 내외”라며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